외국인 투표 막자는 여당…실제 막히는 다수가 동포

2023.06.22 22:02 입력 2023.06.22 22:03 수정

‘영주권자 지방선거 투표권 제한’ 주장 뜯어보니

국외 이주민·자손이 59.6%
외국 국적인 가족도 18.4%
영주권 취득 절차 까다로워
한국 연고 없는 이는 ‘소수’

인구 대책으로 이민 들면서
참정권 제한 주장 ‘엇박자’

외국인 투표 막자는 여당…실제 막히는 다수가 동포

국민의힘이 외국인 투표권 제한법을 추진하는 가운데 지방선거 투표권이 주어지는 기준인 국내 거주 영주권자 중 83.4%가 외국 국적 동포와 한국 국민의 배우자 및 자녀인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일제강점기 수탈을 피하거나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만주, 연해주, 시베리아 등으로 이주한 동포나 그 후손 가운데 국내 거주 중인 외국 국적자도 여기 포함된다. 여당이 상호주의를 내세워 이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단편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향신문은 22일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가 2021년 낸 ‘글로벌시대의 외국인 지방선거권 문제’ 논문과 논문의 영주권자 분류법에 따라 2019~2022년 법무부 ‘등록외국인 지역별·세부체류자격별 현황’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22년 12월31일 기준 전체 영주권자(F-5 비자) 17만5872명 중 외국 국적 동포가 59.6%(10만4790명)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 국적 동포’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 국외로 이주한 동포를 포함해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했던 자나 그 직계비속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를 뜻한다. 영주권자 중 두 번째로 많은 유형은 외국 국적을 가진 한국 국민 배우자나 자녀로 18.4%(3만2285명)를 차지했다. 국내로 오래전 이주한 화교 5.4%(9562명)를 포함하면 한국과 관련된 영주권자만 83.4%에 달한다.

논문은 “한국에서 영주권을 취득하는 이주민은 외국 국적의 동포 또는 국민의 배우자, 자녀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낯선 이주민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국적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투표권이 주어지는 ‘영주 체류자격 취득일 후 3년이 경과한 외국인’을 중국인으로 일반화해 한·중 대결 구도를 선명히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작년 6월 지방선거 당시 국내 거주 중인 중국인 약 10만명에게 투표권이 있었지만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에게는 참정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기준 전체 유권자 수의 0.2% 정도인 중국 국적 유권자가 내정에 간섭할 수 있다고 여당은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지방선거 유권자 수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지만 한국의 영주권 취득 절차는 쉽지 않다. 외국인이 영주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정부가 정한 27가지 자격요건 중 1가지를 충족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영주권자 투표권 제한은 김 대표가 지난 20일 연설에서 저출생 대책으로 언급한 이민 확대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동재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특정 국적이나 민족, 종교에 대해 과학적으로 검증된, 객관적 데이터나 정보에 기반하지 않고 잘못된 정보나 일반화하기 어려운 아주 극단적인 몇개 정보를 가지고 일반적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반이민 정서를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에 대한 지방선거권은 많은 나라에서 인정하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 2021년 ‘지방자치단체 거주 외국인 주민의 권리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저자는 “전 세계 30개국 이상이 자국의 선거법 개정 등을 통해 지역에 거주하는 이민자들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지역 내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들에게 정치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민주주의 시스템 내 참여와 소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들이 이주 목적국 내 정체성과 소속감을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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