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취임 1주년…애도도, 성찰도, 다짐도 없었다

2023.05.11 06:00 입력 2023.05.11 06:01 수정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자유홀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국무위원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등과 가진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자유홀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국무위원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등과 가진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주년 메시지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실종됐다. 지난 9일부터 1주년 당일인 10일까지 수 차례 국정운영 소회와 다짐을 밝혔지만 참사 관련 언급은 한 번도 없었다. 159명이 희생되며 국가의 기본 책무를 돌아보게 한 참사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지난해 10월30일 대국민 담화)의 지난 1년 기억에서 삭제돼 버린 셈이다.

대통령의 취임 1주년 메시지는 정치적 함의가 크다. 최고 국정운영책임자가 국정 동력이 집중된 임기 첫 해를 어떤 시간으로 규정하고, 어떤 공과를 들어 다음 과제를 설정하는지가 그의 국정운영 철학과 국정 방향 가늠자가 된다.

윤 대통령의 최근 공개 발언, 대변인의 전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 등에서 드러난 지난 1년의 기억과 기록에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나 후속 대책에 대한 언급이 없다. 참사 직후 모든 국정 최우선 순위를 수습과 후속 대책에 두겠다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중대 화두로 띄운 것과 차이가 있다.

지난 9일 취임 1주년 대국민 담화 성격으로 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의 대부분은 외교·안보 분야에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1년간) 외교·안보만큼 큰 변화가 이루어진 분야도 없다”며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 동맹 강화 등을 강조했다. 안전 얘기가 없지 않았다. 다만 이는 “그간 가짜 평화에 기댄 안보관으로 민방위 훈련이 실시되지 않았다”며 훈련 재개를 밝히는 부분에서 언급됐다.

취임 1주년 당일 국무위원, 국민의힘 지도부 등과 오찬하면서도 이같은 기조를 이어갔다. 안보, 부동산 정책, 외교, 노동 등 다양한 분야를 언급했지만 이태원 참사나 안전한 대한민국에 대한 약속의 이행을 재점검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 공식 트위터 게시글, 페이스북에 게시한 2분40여초짜리 1년 성과 정리 영상도 마찬가지다.

지난 2일 대통령실이 배포한 ‘취임 1년간 이뤄낸 변화’ 책자에도 이태원 참사 후속 대책은 없다. 정부가 참사 관련 대책을 지난 1년간 주요한 국정 과제로 인식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7개 분야 16개 변화로 나눠 세부 항목들을 자세히 정리한 이 책자에는 ‘튀르키예 지진에 대한 인도적 지원’ ‘서해 공무원 피격 및 북한 어민 강제북송 사건 진실 규명’ ‘창원 간첩단, 민노총(민주노총) 간첩단 등 간첩 색출’ 등 상세한 사건들이 여러 건 기재돼 있다. 이태원 참사와 연관될 수 있는 ‘사회’ 분야에선 노조 불법행위와 돌봄, 복지, 청년 정책 등 4가지만 다뤘다.

이태원 참사는 현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유일하게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사건이다. 윤 대통령은 참사 다음날인 지난해 10월 30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무겁고 슬픔을 가누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됐고, 윤 대통령은 이 기간 매일 분향소를 찾았다. 윤 대통령은 이후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신설해 첫 회의를 주재하며 “재난·안전의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이라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선 후보 당시에는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첫째 임무이기 때문에 국가를 끌고 가는 사람은 밤잠 안 자고 이걸 고민해야 된다”(지난해 2월17일)고 말했다. 지난 해 10월 21일 경찰의날 기념사에선 “국민의 안전은 우리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자유’의 기본 바탕”이라고 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