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을 보내며…

(3)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2015.12.30 22:18 입력 2015.12.31 00:35 수정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네”

언젠가는 간다. 푸르른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처럼, 그렇게 세월은 간다. 스스로의 청춘을 그라운드에서, 코트에서, 링 위에서 불사른 스포츠 스타들은 시간이 되면 또 그렇게 떠나간다. 그들의 화려했던 청춘은 어쩌면 팬들의 청춘과 함께했다.

2015년 스포츠에서도 스타들이 또 떠났다. 노래 ‘청춘’은 젊은 연가가 구슬프다고 했지만, 스포츠 스타들의 은퇴는 새로운 도전이다. 그래서 가요 ‘걱정하지 말아요 그대’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라고 노래했다.

한국 스포츠 사상 가장 화려한 은퇴였다. 차두리는 지난 3월31일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국가대표 은퇴식을 치렀다. 하늘에서는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국가대표 76번째 경기였다. 전반이 끝난 뒤 등번호가 황금색으로 장식된 은퇴 유니폼을 입었다.

2015년 스포츠, 많은 스타들이 그라운드를, 코트를, 링을 떠났다.<br />은퇴식에서 아버지 차범근을 부둥켜안은 차두리.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2015년 스포츠, 많은 스타들이 그라운드를, 코트를, 링을 떠났다.
은퇴식에서 아버지 차범근을 부둥켜안은 차두리.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대표팀 후배들을 안을 때 웃고 있던 차두리는 팬들이 ‘차두리 고마워’라는 손팻말을 들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어 아버지 차범근 품에 안겨 다시 한번 눈물을 쏟았다. 두리 아버지로 그라운드에서 나선 차범근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10월31일에는 FA컵 우승과 함께 대표팀뿐만 아니라 선수로서의 삶도 마무리했다. 경기가 끝난 뒤 우승 메달을 아버지 차범근의 목에 걸었다.

차두리에게 아버지는 넘어야 할 대상이기도 하지만, 기대 버틸 수 있는 든든한 대상이기도 하다. 차두리는 “하지만 아버지가 베켄바워라 하더라도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 분데스리가다. 그곳에서 10년간 세계 각국의 잘하는 선수들과 경쟁하며 10년을 버틴 것이 나 자신에게는 큰 수확”이라고 했다.

차두리는 이제 새로운 꿈을 꾼다. 2015 K리그 시상식에서 베스트11 수비수 부문에 뽑힌 차두리는 “조만간 독일로 가서 자격증에 대해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이천수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이천수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풍운아’로 불렸던 이천수도 축구화 끈을 풀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맹활약한 이천수는 이후 스페인·네덜란드 리그를 거쳤다. 국내 복귀 뒤 여러 가지 사건·사고에 휘말렸고 임의탈퇴 신분을 거푸 겪은 끝에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마지막 현역 생활을 보냈다. 이천수는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이라며 “축구 해설, 지도자 등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고 밝혔다.

프로야구 NC 손민한

프로야구 NC 손민한

프로야구에서도 수많은 별들이 유니폼을 벗고 새롭게 꿀 꿈을 준비한다. 2005년 KBO리그 MVP였던 NC 손민한은 데뷔 첫 포스트시즌 선발승을 자신의 프로야구 마지막 승리로 남겨뒀다. 10월21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 등판했고 5이닝 2실점(1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통산 123승을 거둔, 역대 다승 11위의 투수지만 오랫동안 롯데의 암흑기를 홀로 버티는 바람에 포스트시즌 선발승이 처음이었다. 손민한은 이제 유소년 야구를 위한 새 꿈에 도전한다. 손민한과 부산고-고려대 시절 배터리를 이뤘던 삼성 포수 진갑용도 마스크를 내려놓았다. OB입단 뒤 삼성으로 트레이드 됐고 이후 삼성의 모든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했다.

KIA 최희섭

KIA 최희섭

우승 반지 숫자로 따지면 진갑용(7개)에 1개 모자란 유격수 박진만도 이제 유니폼을 벗었다. 2000경기에 7경기를 남겨두고 떠나게 된 박진만은 “7경기의 아쉬움은 SK 코치로 따낼 7번째 우승반지로 채우겠다”고 말했다. 이제 코치 박진만이 꾸는 새로운 꿈이다.

9년 연속 3할, 개인 통산 안타 2위(2100개)를 기록한 KT 장성호도 20번째 시즌을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거포’로 이름을 날렸던 최희섭도, 명품 슬라이더로 100승을 넘겼던 박명환도 이제 유니폼을 잘 개어놓았다.

한국 배구 ‘거포’의 계보를 이어 온 KB손해보험 이경수도 2015~2016시즌 직전 은퇴를 결정했다. V리그 통산 득점(3841점) 1위 기록을 갖고 있지만 결국 우승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이제 대표팀 트레이닝 코치로 새 발을 내디뎠다.

복서 메이웨더  AP연합뉴스

복서 메이웨더 AP연합뉴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는 ‘무패의 복서’로 남게 됐다. 지난 5월 매니 파퀴아오(필리핀)와 벌인 ‘세기의 대결’에서 효과적인 아웃복싱으로 3-0 판정승을 따냈고, 이어 9월 안드레 베르토(미국)와의 경기를 이긴 뒤 은퇴를 선언했다. 통산 49전 49승 무패.

스타들이 그라운드, 코트, 링을 떠났다. 그리고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난 이들이 있다. 31년간 한국 육상 남자 100m 기록을 유지했던 서말구 전 해군사관학교 교수가 지난 11월30일 향년 61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요기 베라 1925~2015

요기 베라 1925~2015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말로 큰 영감을 준 메이저리그 명포수 요기 베라도 지난 9월25일 향년 90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떠났지만 말은 남았다. 은퇴는 끝이 아니고, 끝날 때까지는 그 어느 것도 끝난 게 아니다. 세상 어디, 누구나 새로운 꿈을 꿀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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