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세금폭탄’이란 은유

2011.01.18 20:57 입력 2011.01.19 10:47 수정
김철웅 논설실장

세금 좋아할 사람 없다. 바로 그 점에서 세금폭탄이란 말은 절묘한 은유법이다. 세금을 싫어하는 심리를 발동시키는 효과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이는 노무현 정권 때 입증된 바 있다. 참여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자 야당인 한나라당은 세금폭탄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국민 개개인이 더욱 무거운 세 부담을 지게 될 것이란 논리였다.

이른바 보수신문들은 한나라당의 세금폭탄론에 열렬히 가세했다. 당시 ‘세금폭탄’이란 말을 처음 쓴 것도 이들 신문이었다고 한다. 한 월간지는 2007년 1월호에 <세금폭탄>이란 제목의 별책부록까지 냈다. 표지가 재미있다. 노무현이 탄 참여정부 폭격기가 종부세 등 각종 세금폭탄을 퍼붓는다. 지상의 사람들은 폭탄을 피해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닌다. 책 서문의 제목은 “국민이 낸 세금을 귀하게 생각하는 ‘작고 알뜰한 정부’의 출현을 기다리며”다. “세금폭탄의 피폭자들은 소수의 특권계층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보통사람들”이라며 “민주주의의 역사는 그런 부당함에 저항해 온 역사”라고 썼다. 증세를 시도한 정권들이 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는 외신을 자주 접한다며 “이번 대선에서는 꼭 작고 알뜰한 정부가 들어서기를 기원한다”고도 했다.

그 기원대로 된 건지 한나라당이 집권했다. 그리고 그때의 데자뷰인지 요즘 세금폭탄이란 말이 들린다. 민주당이 무상복지 정책을 내놓자 대항논리로 세금폭탄이란 녹슨 칼을 꺼내든 거다. 흘러간 노래를 이 사람 저 사람이 부르는 것을 보면 그만큼 효험이 있으리라 믿기 때문일 거다. 폭탄엔 너도나도 다 당한다는 이미지가 있다. 부자나 빈자나 다 세금폭탄의 ‘피폭자’가 될 것으로 믿게 만드는 거다. 첫 종부세 세금폭탄 선전 때 그 효과가 증명되었다. 종부세는 나쁜 것이란 인식이 널리 퍼졌고 결국 종부세는 유명무실해졌다.

[여적]‘세금폭탄’이란 은유

세금폭탄은 선동성 강한 포퓰리즘적 언어다. 상대의 복지정책을 세금폭탄으로 규정하는 순간 복지란 논점은 희미해진다. 그러면 진지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쟁은 불가능해진다. 사실 폭탄으로 치면 온갖 복지예산을 집어삼키는 ‘4대강 폭탄’만한 게 또 있을까. 그럼에도 세금폭탄이란 말은 계속 듣게 될 것 같다. 첫째, 한나라당이 이 좋은 정치공세 용어를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고 둘째, 집권당이 되니 지켜야 할 자기이익이 더 커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