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최악의 폭풍, 지구의 경고일까

2021.12.12 21:17 입력 2021.12.12 22:14 수정

미 중부 휩쓴 30개 토네이도

<b>폐허 앞에서</b> 초강력 토네이도로 70여명이 사망하는 등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미국 켄터키주 메이필드시에서 11일(현지시간) 한 모녀가 폐허가 된 마을 한복판에서 서로를 얼싸안고 위로하고 있다.  메이필드 | 로이터연합뉴스

폐허 앞에서 초강력 토네이도로 70여명이 사망하는 등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미국 켄터키주 메이필드시에서 11일(현지시간) 한 모녀가 폐허가 된 마을 한복판에서 서로를 얼싸안고 위로하고 있다. 메이필드 | 로이터연합뉴스

켄터키주서 70여명 사망 등
6개 주서 100여명 희생 추정
온난화 의한 ‘극단 기후’ 분석

수십개의 토네이도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중부 지역 6개 주를 휩쓸면서 전체 사망자가 100여명에 이를 것이란 보도가 나오고 있다. 좀처럼 드문 12월의 초강력 토네이도는 기후변화의 영향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앤디 비시어 켄터키 주지사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켄터키 역사상 최악의, 가장 파괴적인, 가장 치명적인 토네이도 사건”이라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는 현재 켄터키주에서 70명 이상이 숨진 것을 파악됐으며 희생자가 100명이 넘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켄터키주 메이필드시에서는 약 110명이 일하고 있던 양초 공장이 무너져 수십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가 집중된 메이필드시 지역은 사람이 살던 마을이라고 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캐시 오낸 메이필드 시장은 “오늘 아침에 시청에서 걸어 나올 때 도시가 마치 성냥개비(더미)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켄터키주 워렌 카운티에서는 폭풍으로 인해 12명이 사망했으며 어린이도 희생됐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 언론들은 최소 30개의 토네이도가 이날 밤새 켄터키를 포함해 아칸소·일리노이·미주리·테네시 등 중부의 6개 주를 휩쓸었다고 보도했다. 일리노이주 에드워즈빌에서는 아마존 물류창고가 무너져 최소 6명이 숨졌다. 밤새 시속 130㎞의 폭풍이 몰아친 테네시주에서도 최소 4명이 숨졌다.

정전 피해도 이어졌다. 11일 오전 10시 기준 남부와 중서부 8개 주에서 40만채 이상의 가정과 기업에 정전이 발생했다.

겨울철 초강력 토네이도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극단적 기후현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높은 기온이 토네이도 발생에 유리한 조건이 됐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국립기상청(NWS) 폭풍 예보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역대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던 토네이도 15개 가운데 12월에 발생한 사례는 없었다. 이번 토네이도 강타 직전 미국 남부 지역 기온은 21~26도로, 늦봄이나 초여름 날씨를 보이는 등 이상고온 현상이 관측됐다. 따뜻한 공기가 북쪽에서 내려온 한랭전선과 만나면서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뇌우)가 형성돼 토네이도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빅터 젠시니 노던일리노이대학교 기상학 교수는 “기후변화가 이번 토네이도 발생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확실히 밝히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12월 이상고온 현상이나 라니냐 등이 토네이도 발생의 원인일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CNN은 이번 토네이도의 경로가 아칸소에서 켄터키까지 약 402㎞ 이상 뻗어 있어 역대 최장 기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전 기록은 1925년 3월 미주리·일리노이·인디애나주에 걸친 약 352㎞ 거리의 토네이도였다. 당시 토네이도로 695명이 사망하며 역대 최대 피해를 낳았다. 미국에서는 1999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평균 1225개의 토네이도가 발생했다.

미 국립기상청 폭풍 예보 센터는 11일 걸프만 북부 지역에서 애팔래치아 중남부까지 강한 뇌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추가 토네이도 및 우박 등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토네이도를 “상상할 수 없는 비극”이라 말하며 연방 차원의 신속한 지원을 지시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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