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트럼프표 강경 이민정책 '타이틀42' 폐지 방침

2022.03.31 16:19 입력 2022.03.31 16:21 수정 김유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국경에서 이민자들을 강제추방하도록 한 연방 공중보건법 조항을 오는 5월까지 폐지하기로 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강경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바이든 정부의 이민 정책이 시험대에 들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테말라 국경 인근의 멕시코 치아파스주에서 30일(현지시간) 발이 묶인 중미 지역 이민자들이 다음달 1일 미국행 카라반을 운행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 CNN방송 등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불법 입국자들을 강제추방하도록 허용한 연방 공중보건법 ‘타이틀 42’를 점진적으로 폐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번주 중으로 관련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CNN은 전했다. 앞서 바이든 정부는 단독으로 미국 국경에 온 18세 미만 미성년 입국자에 한해 강제추방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정부는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들어 국경을 넘으려고 시도한 이민자들을 아무런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즉시 강제추방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타이틀 42를 적용해왔다. 이에 대다수가 중남미 출신인 불법 이민자들이 발이 묶인 채 멕시코 국경의 임시 수용시설에서 생활해 왔다.

대선 유세 과정에서 트럼프표 강경 이민정책을 매섭게 비판한 바이든 대통령도 취임 후에는 이 법을 그대로 적용했다. 지난 2년간 강제추방된 이민자는 170만명에 이르는데 그 중 약 70%인 119만명이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추방됐다. 이는 바이든 정부 들어서 미국행을 희망하는 이민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트럼프의 이민자 강제추방 일변도 정책을 비판해온 바이든 정부가 모순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논란 속에 타이틀 42가 철폐되면 바이든 정부의 이민정책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방역 당국인 CDC의 결정을 따를 것이며 비상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토안보부(DHS)는 하루 평균 1만8000명의 이민자가 미국에 유입되는 경우를 포함해 세 가지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행을 희망하는 3만~6만명이 멕시코 북부 국경지대에서 체류하고 있다. 상당수는 미국이 국경을 여는 즉시 미국 입국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져 법 집행 당국과 이민자들 사이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민 이슈가 쟁점으로 부상하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중남미로부터의 미등록 이민자 숫자가 급증하면서 공화당은 이미 바이든 정부의 미온적 대처를 비판하고 있고, 민주당 내 진보진영은 보다 포용적인 이민정책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30일(현지시간) 발표된 유고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2% 바이든 정부의 이민 문제 대응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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