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뉴스, 대선 조작설 ‘간판 앵커’ 터커 칼슨 해고

2023.04.25 12:15 입력 2023.04.25 16:37 수정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CNN도 ‘성차별 발언’ 돈 레몬에 해고통보

터커 칼슨 폭스뉴스 진행자. AFP연합뉴스

2020년 미 대선 사기 주장을 퍼뜨리다가 최근 개표기 업체에 1조원의 배상금을 물어준 미국 보수매체 폭스뉴스가 24일(현지시간) ‘간판 앵커’인 터커 칼슨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칼슨은 대선 조작설, 코로나19 백신 음모론 등을 조장하고 백인 민족주의를 부추기는 등 온갖 가짜뉴스의 온상 역할을 해 온 인사다.

같은 날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CNN 방송도 성차별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간판 앵커 돈 레몬을 해고했다. 황금시간대 뉴스 프로그램을 이끌며 양 극단의 미국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앵커들이 동시에 퇴출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방송사 대학살”(폴리티코)이라고 논평했다.

폭스뉴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칼슨과의 계약 해지 사실을 공지하며 “그가 사회자로서 (폭스)네트워크에 봉사한 것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폭스뉴스는 그가 지난 21일 마지막 방송을 했다고 밝혔다. 칼슨은 자신의 해고 사실을 사측의 발표 불과 10분 전에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련 사안에 밝은 이들을 인용해 칼슨이 남은 계약 기간에 해당하는 급여를 받을 예정이며, 칼슨의 연봉이 2000만 달러(약 267억3000만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칼슨은 폭스뉴스가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에 투표기 조작설 보도와 관련 7억8750만 달러(약 1조400억원)를 배상하기로 한 지 일주일 만에 해고됐다. 칼슨은 미 언론의 명예훼손 소송 역사에서 최고 배상 금액을 기록한 이번 사건의 당사자로 꼽힌다. 2016년부터 폭스뉴스 간판 프로그램 <터커 칼슨 투나잇>을 진행한 그가 도미니언사의 투표기가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을 돕기 위해 결과를 조작했다는 허위 주장을 반복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평균 시청자가 300만명에 달한다. 특히 칼슨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투표기 조작설이 거짓임을 인지하고도 관련 언급을 계속해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폭스뉴스가 선동적인 가짜뉴스를 이유로 칼슨을 해고했을 것으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칼슨이 경영진과 갈등을 빚은 것이 해고의 진짜 이유일 것이라고 전했다. WSJ도 폭스뉴스와 도미니언 간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출석한 칼슨이 회사를 맹비난하는 진술을 한 사실을 경영진이 후에 파악하면서 해고 결정을 굳히게 됐다고 전했다.

칼슨은 한 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됐을 정도로 공화당 내에서 영향력이 크다. 칼슨이 “트럼프를 격렬하게 싫어한다”고 비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향후 정치 행보에 나설지 여부도 관심이 쏠린다.

CNN도 이날 17년간 근무한 간판 앵커 레몬과의 계약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레몬은 지난 2월 공화당 대선 주자로 나선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미국 대사의 ‘75세 이상 정치인 정신 능력 검사 의무화’ 발언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여성은 20~30대, 혹은 40대가 전성기”라는 성차별적 언급을 해 비판에 휩싸였다. 레몬은 발언이 물의를 일으키자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려고 한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사과했지만 CNN 경영진은 “조직에 큰 상처를 입혔다”고 비판했다. NYT는 레몬의 성차별 발언이 CNN의 해고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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