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자포리자 원전 ‘멜트다운’ 직전까지 갔다

2022.08.26 20:58 입력 2022.08.26 22:43 수정

인근 야산 화재로 송전선 훼손돼 전력 차단…원자로 냉각도 중단될 뻔

우크라·러시아 서로 “네 탓”…미, 러에 “원전 통제권 돌려줘라” 촉구

원전 인근 화재 ‘아찔’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인근에서 지난 24일(현지시간)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다. 아래 사진은 드니프로강 건너 도시 니코폴에서 바라본 자포리자 원전 전경. 에네르호다르 | 로이터연합·니코폴 | AFP연합뉴스

원전 인근 화재 ‘아찔’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인근에서 지난 24일(현지시간)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다. 아래 사진은 드니프로강 건너 도시 니코폴에서 바라본 자포리자 원전 전경. 에네르호다르 | 로이터연합·니코폴 |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가 25일(현지시간) 전력 공급이 중단되며 한때 최악의 위기에 노출됐다. 당장 위기는 모면했지만 포격과 단전으로 우크라이나 전문인력들이 원전을 떠나면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AFP통신 등은 이날 자포리자 원전 인근 야산에서 화재가 발생해 그 영향으로 원전과 우크라이나 전력망을 연결하던 4개 송전선 중 마지막 송전선이 훼손됐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원전에 대한 전력 공급이 중단됐으며 원자로 냉각 작업도 중단될 위기에 놓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원전 직원들이 신속히 임시 발전기를 가동해 위기는 넘겼다. 직원들은 이날 오후 4시쯤 가동 중인 원자로 2개 중 1개를 전력망에 다시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원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으로 자칫 원자로 노심이 녹아내리는 ‘멜트다운’ 사태가 올 수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우크라이나 측은 원전 위기를 부른 화재가 러시아 공격으로 발생했다고 비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연설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에 사상 처음으로 자포리자 원전이 멈춰 섰다”며 “발전소 직원들이 전력 차단에 즉각 대응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이미 방사능 사고를 맞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을 우크라이나 전력망에서 떼어낸 뒤 자국 점령지인 크름(크림)반도의 전력망과 연결시키려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원전이 생산한 전력을 빼돌려 우크라이나의 전쟁 지속 능력에 타격을 주려 한다는 것이다. 전력망 교체 작업 자체도 매우 위험한 것으로 평가된다. 자포리자 원전 운영사인 에네르고아톰의 페트로 코틴 대표는 “(전력망 교체로) 원전에 90분간 전력이 공급되지 않으면 원자로가 위험한 온도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도 원전 상황에 큰 우려를 보였다. 베던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전화브리핑에서 “자포리자 원전이 생산하는 전기는 우크라이나의 것”이라며 “발전소를 점령 지역으로 돌리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통제권을 우크라이나에 돌려주라고 러시아에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군이 원전을 포격해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포리자 원전은 올해 3월 러시아군에 장악됐으며, 원전 관리를 위해 남아 있던 우크라이나 직원들도 사고 우려가 커지자 속속 현장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전에 남아 있는 한 직원은 CNN 인터뷰에서 자신의 소속 부서에 10~15%의 직원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그동안 러시아 등과 자포리자 원전 사찰을 위한 협상을 벌여왔으며 현재 합의에 매우 근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프랑스24 인터뷰에서 “원전이 위험에 직면해 있기에 우리는 그곳에 가서 상황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며 “(원전 사찰이) 수일 내로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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