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가자지구 성당의 부활절 소망…“평화는 무기로 이룰 수 없다”

2024.04.01 14:46 입력 2024.04.01 15:06 수정

성가족성당 부활절 미사…100여명 참석

교황 “무기와 재무장 논리에 굴복 말자”

미국선 가자지구 ‘원폭 투하’ 취지 발언 논란

이스라엘은 유엔 구호기구 해체 주장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유일한 가톨릭교회인 가자시티 성가족성당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한 수녀가 부활절 미사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유일한 가톨릭교회인 가자시티 성가족성당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한 수녀가 부활절 미사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부활절을 맞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전 세계에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종식과 평화 정착을 위한 사람들의 기도가 이어졌다. 특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유일한 가톨릭교회인 성가족성당에 모인 주민들은 하루빨리 포성이 멈추길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기성 정치인 입에선 가자지구에 원자폭탄을 투하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왔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 방해도 계속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전쟁 발발 후 6개월 동안 교회 안에 숨어 지내온 팔레스타인 난민 기독교인들이 암울한 부활절 축하 미사를 열었다”며 성가족성당 분위기를 전했다. 1974년 건설된 성가족성당은 이스라엘군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은 북부 가자시티 중심부에 있다.

성가족성당은 개전 후 삶의 터전을 잃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안식처가 됐다. 기독교인은 물론 이슬람교도에게도 문을 열어 포격을 피할 수 있도록 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약 500명이 성당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성당에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12월 저격수를 투입했고, 총격을 당한 여성 2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50명 이상의 장애인이 생활하던 성당 내 수녀회 건물에도 미사일이 떨어지는 등 갖은 수난을 겪었다.

올해 부활절 미사는 침울한 분위기 속에 집전됐다. 외신들은 예년보다 적은 100여명이 미사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그래도 이들은 희망을 이야기했다. 예루살렘 로마 가톨릭 라틴 총대주교청의 다비데 멜리 신부는 NYT에 “교회로 피신한 사람들은 제한된 음식과 거의 존재하지 않는 의약품으로 몇 달 동안 힘겹게 지냈다”며 “그래서 부활절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무너진 가자시티 성가족성당 부지 내 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무너진 가자시티 성가족성당 부지 내 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도 평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AP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무기와 재무장의 논리에 굴복하지 말자”며 “평화는 절대로 무기로 이룰 수 없고, 손을 뻗고 마음을 열어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이 보장되기를 다시 한번 호소한다”며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들의 지체 없는 석방과 가자지구의 즉각 휴전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에선 가자지구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와 논란이 됐다. 미 CNN은 이날 공화당 소속 팀 월버그 하원의원이 지난달 25일 미시간주 지역구 행사에서 ‘미국이 가자지구에 대한 지원을 위해 항구를 건설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인도적 지원에 한 푼도 써서는 안 된다”며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처럼 빨리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는 미국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을 투하한 곳으로, 외신들은 월버그 의원의 발언이 자칫 원자폭탄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월버그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냉전 시대에 자란 사람으로 핵무기 사용을 옹호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가 미군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방식으로 각각 전쟁에서 신속하게 이겨야 한다는 점을 전달하기 위해 은유를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가자지구 구호 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해체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 건의했다. 이스라엘은 UNRWA 인력과 자산을 세계식량계획(WFP) 등 기존 유엔 기구에 흡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급습에 UNRWA 직원 일부가 관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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