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남미 “보이콧”… 월드컵 쪼개지나

2015.05.31 21:45 입력 2015.05.31 21:51 수정

FIFA 스캔들 ‘몸통’ 블라터 5선에 러 대회 불참 가능성 증폭

‘삼바축구’와 ‘전차군단’이 빠진 월드컵 무대를 상상할 수 있을까.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이 쪼개질 위기에 처했다.

비리 스캔들 의혹의 ‘몸통’인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사진)이 지난 29일 5선에 성공하자, 유럽축구연맹(UEFA)과 남미 일부 국가들 사이에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보이콧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유럽·남미 “보이콧”… 월드컵 쪼개지나

전통적으로 축구계 권력을 잡아왔던 유럽·남미가 미국의 지원하에 ‘반블라터’ 진영에 서고, 그동안 축구계 변방에 머물러왔던 러시아와 아프리카 등이 ‘친블라터’ 쪽으로 뭉치면서 FIFA를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서방 대 반서방’의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AP통신 등은 블라터 회장의 5연임에 반발한 UEFA가 아예 FIFA로부터 분리 독립해 자신들만의 토너먼트인 일명 ‘클린컵’을 꾸릴 수도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은 “블라터가 당선되면 러시아 월드컵을 보이콧할 수 있다”고 이미 경고한 바 있다. ‘축구종가’인 영국은 “UEFA가 보이콧을 결정한다면 우리는 이를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UEFA는 오는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총회를 소집해 월드컵 보이콧 여부를 포함한 향후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남미 일부 국가들도 월드컵 보이콧에 동참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미와 유럽의 강호들이 월드컵에 불참할 경우 흥행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차기 월드컵이 아프리카와 아시아 일부 국가들만의 잔치로 전락할 수도 있다. 특히 51억달러에 달하는 FIFA 예산 대부분이 유럽과 미국에 판매하는 TV 중계료에서 나오기 때문에, UEFA가 탈퇴할 경우 FIFA는 재정적으로도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당장 오는 7월2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예선 조추첨 행사에 불참하는 국가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AP통신은 전망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 회장 출신인 로드 트리스먼은 “블라터 문제와 별개로 우리는 이웃 나라의 영토(크림반도)를 뺏어간 ‘추한’ 나라의 경기에 참가해선 안된다”면서 “러시아 대신 영국이 2018 월드컵을 주최하자”고 미러지에 말했다.

그러나 ‘월드컵 집단 불참’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UEFA 가맹국들은 주저하는 분위기다. 블라터 당선 후 볼프강 니어스바흐 독일축구협회 회장, 존 델라니 아일랜드축구협회 회장 등은 모두 보이콧은 힘들다는 뜻을 밝혔다. 델라니 회장은 “대표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월드컵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니어스바흐 회장도 “보이콧은 결코 꺼내들어서는 안되는 카드”라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거액을 투자해 경기장을 짓고 있는 러시아는 보이콧 움직임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미국은 러시아에 월드컵 개최권을 줬다는 이유로 블라터 회장을 몰아내려 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또다시 다른 나라에 내정간섭을 하려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블라터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수사는 2018·2022년 월드컵 개최권을 뺏긴 영국과 미국의 복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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