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벨루오리존치의 특별한 식당

2016.04.24 15:44 입력 2016.04.29 15:38 수정

“브라질엔 굶는 시민 없어야”…더불어 사는 맛 가득

“신선한 식재료를 누구에게나”…부자도 찾는 ‘빈자의 마켓’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센트로에 있는 민중식당 앞에 시민들이 식권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센트로에 있는 민중식당 앞에 시민들이 식권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브라질 동남부 벨루오리존치 도심에 있는 단층의 대형 건물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섰다. 족히 20m는 넘어 보인다. 어떤 이는 모자를 쓰고, 가방을 메고, 플라스틱 음료수병이 가득 담긴 커다란 비닐봉지를 들었다. 허름한 이들도 있고 깔끔한 차림을 한 이들도 있다. 모두 점심을 먹기 위해 식권을 받으려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행복기행](8) 벨루오리존치의 특별한 식당

사람들의 시선은 ‘이방인’인 기자에게 쏠렸다. 매표소 앞에서 서성이자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식당을 둘러보러 왔다고 하니 호나우두(34)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매일 점심, 저녁 때마다 여기로 와요. 무료로 먹을 수 있어요.” 그는 시청에서 발급한 손바닥만 한 크기의 카드를 내밀어 보였다. 저소득층임을 증명하는 이 카드가 있으면 이곳에서 공짜로 밥을 먹을 수 있다. 카드가 없으면 돈을 내야 하지만 밥값은 3헤알, 1000원이 채 안되니 큰 부담은 안된다.

매표소 창구는 2개다. 무료로 밥 먹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창구는 북적이는데 돈을 내고 식권을 사는 창구는 한산했다. 한국의 무료급식소는 대개 노숙인들만을 위한 시설이다. 반면 이 식당은 모두에게 공짜로 밥을 주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돈을 내는 것도 아니다. 돈을 내도 일반 식당의 5분의 1 정도다. 3헤알을 내밀고 이 정체 모를 식당의 식권을 샀다. 배식을 기다리면서 기자 뒤에 선 프레디리(44)에게 말을 걸었다. 그도 돈을 내고 식권을 샀다. 노숙인은 아니지만 6개월 전 일자리가 끊겼다고 했다. 그 전에는 주로 경비원이나 운전기사로 일했다고 한다. “돈을 아끼려고 여기서 밥을 먹어요. 다른 식당에서는 12~15헤알은 줘야 해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식당이구나, 했더니 프레디리가 입을 씰룩거리며 말한다. “아니, 대학생, 직장인 등 누구나 먹을 수 있어요. 나 역시 일을 하면서 여유가 있을 때도 이곳을 가끔 찾았어요.”

벨루오리존치 센트로에 있는 민중식당 매표소에서 시민들이 무료로 식권을 받았다. 이곳 매표소는 무료로 밥 먹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창구와 식권을 사는 창구로 나눠졌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벨루오리존치 센트로에 있는 민중식당 매표소에서 시민들이 무료로 식권을 받았다. 이곳 매표소는 무료로 밥 먹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창구와 식권을 사는 창구로 나눠졌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식량은 상품이 아닌 ‘공공재’

이곳에선 가난하든 부자이든 이방인이든, 누구나 공짜 혹은 싼값에 밥을 먹을 수 있다. 은색 식판과 숟가락, 포크, 나이프를 집고 배식을 받았다. 장애인과 노약자, 임신부, 5세 미만 아이가 있는 일행을 위한 줄은 따로 있다. 밥과 콩, 옥수수 수프, 닭고기, 야채를 퍼주던 영양사와 직원들은 매번 “더 줄까요?”라고 물었다.

탁자마다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주로 혼자 온 사람들이 많았다. 유니폼을 입은 직장인들, 엄마 손을 잡고 줄을 기다리는 해사한 얼굴의 아이들, 노인들. 출입구의 세면대 옆에는 경찰 2명이 자리를 지켰다. 사람들이 계속 몰려왔지만 고정된 의자와 의자 사이 공간은 넉넉해 불필요한 신체접촉으로 얼굴을 붉힐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높게 트인 천장을 가진 식당은 점심시간이 길다.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다. 여기서 밥 먹는 이들이 하루에 4000명이고, 점심에는 영양사 50명과 조리·배식·청소를 맡은 직원 등 총 120명이 일한다.

벨루오리존치 센트로에 있는 민중식당에서 시민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벨루오리존치 센트로에 있는 민중식당에서 시민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벨루오리존치 센트로에 있는 민중식당에서 시민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벨루오리존치 센트로에 있는 민중식당에서 시민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벨루오리존치 센트로에 있는 민중식당의 점심 메뉴. 밥과 콩, 옥수수 수프, 닭고기, 야채가 나왔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벨루오리존치 센트로에 있는 민중식당의 점심 메뉴. 밥과 콩, 옥수수 수프, 닭고기, 야채가 나왔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도심 센트로에 있는 이 식당은 시가 운영하는 ‘에베르티 지 소우자 민중식당(Herbert de Souza Restaurante Popular)’이다.

경제적 불의와 정부의 부패에 대항한 브라질의 저명한 사회학자이자 운동가의 이름을 따서 1994년에 만들어진 벨루오리존치의 첫번째 민중식당이다.

벨루오리존치 센트로에 있는 민중식당 앞에 자전거 한대가 세워져 있다. 식당의 정식 명칭은 ‘에베르티 지 소우자 민중식당(Herbert de Souza Restaurante Popular)’이다. 경제적 불의와 정부의 부패에 대항한 브라질의 저명한 사회학자이자 운동가의 이름에서 따왔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벨루오리존치 센트로에 있는 민중식당 앞에 자전거 한대가 세워져 있다. 식당의 정식 명칭은 ‘에베르티 지 소우자 민중식당(Herbert de Souza Restaurante Popular)’이다. 경제적 불의와 정부의 부패에 대항한 브라질의 저명한 사회학자이자 운동가의 이름에서 따왔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생존의 기본 조건인 ‘의식주’를 빼놓고는 행복을 말할 수 없다. 밥을 굶는 이들,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을 빼놓고 한 사회의 행복을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절대빈곤과 기아에 시달리는 이들이 대부분의 대륙, 나라에서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끼니를 때울 만큼의 돈도 벌지 못하는 이들, 노숙인들, 빈곤선 이하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존재한다. 배고픔의 원인을 식량부족이나 개인의 불성실함에서만 찾는 해법은 늘 한계에 부딪힌다. 전형적인 시장 논리로 식량수급을 늘리자는 발상, 개인의 ‘노오력’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것은 당장 끼니가 모자라는 이들에겐 해법이 아닌 ‘폭력’이다.

벨루오리존치의 관점은 다르다. 굶주림은 ‘식량에 접근할 기회’가 부족한 탓이고, 이는 ‘시장의 실패’ 때문에 발생한다고 본다. 식량의 총량은 시민 모두가 배를 채우고도 남는데 일부에게 식량이 쏠리면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벨루오리존치는 식량을 ‘상품’으로 보지 않는다. 시민이면 마땅히 누려야 할 공공재로 여긴다. 빈부를 떠나 배를 곯는 시민은 없어야 한다는 것, ‘시민식량권’이라는 개념이다.

미국 작가 어슐라 르귄의 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은 ‘오멜라스’라는 유토피아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누린다. 그런데 이 도시의 어느 건물 허름한 지하실에는 어린아이가 갇혀 있다. 지적장애가 있는 아이는 공포와 영양실조로 피폐하다. 아이는 “절 내보내 주세요. 전 다시 좋아질 거예요!”라고 호소하지만 지하실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그것이 이 도시의 행복을 지탱하는 ‘엄격하며 절대적인 계약’인 까닭이다. 불행을 짊어진 누군가를 못 본 체하거나 심지어 존재조차도 모르면서 살아가는 대신에 나머지 모든 사람들은 행복하다. 한명의 불행으로 얻은 다른 모든 이들의 평안. 이런 공동체를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작가는 묻는다.

■가난한 이들이 서로를 위로하는 곳

불행을 떠안은 아이의 존재를 알게 된 이들은 충격을 받고 하나둘 오멜라스를 떠난다. 누군가를 희생시킨 채 행복을 누렸다는 죄책감 속에서 거짓 행복의 도시를 떠나는 것이다. 벨루오리존치는 깨어난 시민들이 떠나게 하는 대신 도시의 먹을거리에 대한 접근법을 바꿨다.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으려 식량보장 정책을 폈다. 그러나 먹을 것 없는 이들이 사회 ‘바깥에’ 머물면서 눈칫밥을 먹는 것으로는 공동체의 행복이 커지지 않는다. 누구나 거리낌 없이 이용하는 민중식당은 이렇게 탄생했다. 벨루오리존치에는 모두 5개의 민중식당이 있다. 처음 1헤알이던 점심값이 지금은 3헤알로 올랐지만 여전히 시에서 식비의 70%를 지원해준다.

시민들의 생활 특성을 고려해 5개 식당은 운영 시간이 제각각이다. 점심은 기본적으로 나오지만 상업시설과 공공기관이 모여 있는 바레이루의 민중식당은 저녁도 준다. 버스터미널 안에 있는 벤다 노바 민중식당에서는 점심만 먹을 수 있다. 주로 저소득층이 이용하는 센트로 민중식당에서는 삼시 세끼가 다 나온다. 식당 주변 조그마한 광장에 머무는 노숙인 400명가량이 이 식당을 찾는다. 오전 6시30분부터 8시 사이 아침식사 시간에는 특히 노숙인이 많았다. 커피와 빵, 바나나가 나왔다. 0.75헤알(약 220원). 주변 식당들이 아침에 빵과 주스, 샌드위치 세트 따위를 3.80~4.50헤알에 파는 것과 비교하면 몹시 싸다.

벨루오리존치 센트로에 있는 민중식당의 아침 메뉴이다. 커피와 빵, 바나나가 나왔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벨루오리존치 센트로에 있는 민중식당의 아침 메뉴이다. 커피와 빵, 바나나가 나왔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벨루오리존치 센트로에 있는 민중식당 근처의 작은 음식점. 문 앞에 걸린 메뉴판엔 ‘빵+주스 3.80헤알, 샌드위치+주스 4.00헤알, 밀가루빵+영양주스 4.50헤알’이라고 적혀 있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벨루오리존치 센트로에 있는 민중식당 근처의 작은 음식점. 문 앞에 걸린 메뉴판엔 ‘빵+주스 3.80헤알, 샌드위치+주스 4.00헤알, 밀가루빵+영양주스 4.50헤알’이라고 적혀 있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노란 점퍼에 파란 반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신은 비아네이(33)는 막 식사를 마치고 담배를 피웠다. 셔츠는 누렇게 때가 탔다. 아내와 이혼하고 2주 전 벨루오리존치에 왔다. 식당 근처 광장에서 노숙하며 일자리를 찾고 있다. 비아네이와 얘기를 나누는데 파울루(30)가 다가왔다. 빨간 후드티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그는 3년 전부터 이곳에서 밥을 먹고 있다. 파울루를 비롯한 노숙인 대부분은 일자리를 잃고 월세를 내지 못해 거리로 내몰린 처지였다. “이 식당이 없었다면 돈이나 먹을거리를 구걸하고 다녔을 거예요.” 그는 이날 낮에 증명사진을 찍고 이력서를 쓸 계획이라고 했다.

이들과 이야기 중일 때도 여러 노숙인이 식당을 드나들며 인사를 했다. 식당 밖 벤치에서도 식사를 마친 이들이 쉬거나 이야기를 나눴다. 식당은 허기를 달래는 곳을 넘어 이들이 서로를 다독이며 위로할 수 있는 장소다. 한국에서는 노숙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곤 하지만 민중식당에서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노숙인은 없는 듯했다. 동료들과 아침을 먹던 경찰관 달리소(32)는 “여기 손님의 70%가 노숙인이지만 큰 소동은 한번도 없었다”고 했다. 서울역 근처에서 컵라면이나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빈속에 소주를 마시는 한국의 노숙인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노숙인들 주변을 피해 길을 돌아가는 시민들도.

지난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시가 늘어나는 노숙인들 때문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일이 떠올랐다. 2013년 취임한 에릭 가세티 시장은 노숙인을 몰아낼 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쳤지만 노숙인은 오히려 12% 늘었으며 교외 주택가까지 노숙인 야영지가 퍼지는 등 역효과만 낳았다. 가세티 시장은 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 노숙인 주거지원에 1억달러(약 1138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벨루오리존치의 민중식당은 ‘식량’의 시장 실패를, 로스앤젤레스는 ‘주거’의 시장 실패를 정책으로 개선하려 하고 있다. 노숙인을 밀어내고 배제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메시지는 양쪽 다 같다.

■건강한 밥을 먹으면 행복하다

수프와 빵을 만드는 호세(42)는 센트로 민중식당이 세워질 때부터 일했다. “여행을 오가는 사람들 모두가 손님이죠. 저쪽 시외버스터미널 직원들이 자주 와요.” 호세가 한쪽을 가리켰다. 여성 2명이 함께 밥을 먹고 있었다. 캐주얼 정장에 손가방을 든 남성이 1.50헤알(약 450원)짜리 저녁식사를 마치고 빠른 걸음으로 식당을 나갔다.

바그너(67)가 식당 한쪽에서 식판의 음식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았다. “남동생에게 줄 음식을 싸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곳 음식은 포장도 가능하다. 바그너는 동생과 아들이 늦게 퇴근하기 때문에 집에서 혼자 음식을 차려 먹는 대신 민중식당을 이용한다. 가끔 여기서 무료로 이발을 하기도 한다. 혈압과 당뇨 수치를 잴 수 있는 간단한 의료기기로 건강 상태를 살핀다.

바그너는 집 근처 공장에서 재료를 받아 장난감 공을 만드는데, 요사이 불경기로 일감이 떨어졌다. 일거리가 마땅찮고 민중식당에서 끼니를 때우는 그에게 ‘행복한가’라는 질문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그는 손바닥을 편 채 양손을 어깨 위로 올리더니 “그럼, 행복하지 못할 게 뭐 있냐”라고 했다. “건강하니까 뭐든 할 수 있다. 주말에는 집에서 직접 면을 삶아 요리를 해 먹을 수도 있다”는 그는 “식당을 이용하면서 장 통증이 사라졌다”고 했다.

벨루오리존치 센트로 민중식당에서 만난 바그너(67)는 남동생에게 줄 음식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았다. 민중식당에선 음식을 포장해 갈 수 있다. 그는 민중식당을 이용한 뒤 ‘장 통증’이 사라졌다고 했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벨루오리존치 센트로 민중식당에서 만난 바그너(67)는 남동생에게 줄 음식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았다. 민중식당에선 음식을 포장해 갈 수 있다. 그는 민중식당을 이용한 뒤 ‘장 통증’이 사라졌다고 했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민중식당은 가격만 싼 것이 아니다. 고작 3헤알, 배만 채우고 보자는 생각에 들어간 식당의 음식은 생각보다 맛이 좋고 양도 많았다. 깔끔했다. 매번 브라질 음식점에서 식사를 할 때마다 짠맛에 적응이 안됐다. 오랜만에 높은 염도의 텁텁함 없이 끼니를 해결했다.

센트로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40분가량 이동하면 공업지역 바레이루가 나온다. 2010년에 들어선 민중식당 ‘돔 마우루 바스투스(Dom Mauro Bastos)’가 있다. 이 지역 가톨릭 주교의 이름에서 따왔다. 식당 주변에는 대형 백화점, 병원, 대학, 우체국, 경찰서 등이 있다. 이 식당엔 주로 ‘어느 정도 먹고사는’ 사람들이 온다. 점심시간에도 센트로처럼 붐비지는 않았다. 휴가철이고 근처 대학이 방학이라 평소보다 사람이 적었다. 보통 때에는 하루 평균 3500명이 식사를 한다.

벨루오리존치 바레이루에 있는 민중식당 ‘돔 마우루 바스투스(Dom Mauro Bastos)’의 입구. 2010년에 들어선 이 식당에는 주로 ‘어느 정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온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벨루오리존치 바레이루에 있는 민중식당 ‘돔 마우루 바스투스(Dom Mauro Bastos)’의 입구. 2010년에 들어선 이 식당에는 주로 ‘어느 정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온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1층에는 6평 남짓한 작은 도서관이 있다. 식당 직원들이 주민들을 위해 만들었다. 벤치에선 노인들이 담소를 나눴다. 2층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시민들이 그린 그림과 시가 걸려 있었다. 거창하진 않지만 아기자기한 복합문화공간 같았다. 점심은 센트로와 같이 3헤알. 밥과 소시지, 옥수숫가루로 만든 ‘앙구’, 후식으로 바나나가 나왔다. 고기를 먹지 않으면 소시지 대신 달걀을 준다. 센트로 민중식당보다 정갈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 젊은이부터 노인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가족 단위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벨루오리존치 바레이루 민중식당에서 점심으로 밥과 소시지, 옥수수 가루로 만든 ‘앙구’, 바나나가 나왔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벨루오리존치 바레이루 민중식당에서 점심으로 밥과 소시지, 옥수수 가루로 만든 ‘앙구’, 바나나가 나왔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벨루오리존치 바레이루에 있는 민중식당에서 시민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휴가철이고 근처 대학이 방학이라 평소보다 사람이 적었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벨루오리존치 바레이루에 있는 민중식당에서 시민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휴가철이고 근처 대학이 방학이라 평소보다 사람이 적었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이곳을 꾸준히 찾는 사람들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맛’과 ‘균형 잡힌 식단’을 이점으로 꼽았다. 우체국에서 일하는 모아실(50)은 “가장 중요한 게 영양가인데, 10~20헤알 받는 일반 식당 음식은 거북하고 건강에 좋지 않다”고 했다. 모아실의 말에 동료 브루나(52)와 브로도(27)도 고개를 끄덕였다. 브루나가 슈퍼마켓에서 사온 포도주스는 3헤알, 민중식당 한끼 점심값과 같다.

벨루오리존치 바레이루에 있는 민중식당에서 우체국 직원 모아실(50·왼쪽)과 브로도(27), 브루나(52)가 점심을 먹고 있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벨루오리존치 바레이루에 있는 민중식당에서 우체국 직원 모아실(50·왼쪽)과 브로도(27), 브루나(52)가 점심을 먹고 있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시민의 영양을 생각하는 식당

반델리(59)는 근처 백화점의 폭스바겐 대리점 판매원이다. 월 수입은 5000헤알로 중산층에 속한다. 그는 “사실 나는 일반 식당에서 음식을 사먹을 여유가 된다”고 스스로 밝혔다. 백화점에서 식당까진 걸어서 10분. 식대로 10헤알이 나오지만 주로 민중식당에서 3헤알을 내고 점심을 먹는다. “가끔 일이 바쁠 때 백화점 식당에서 먹지만 비싸고 맛도 별로예요. 기름지고 짜기만 하죠.” 반델리에게 “이런 식당이 중산층에게도 필요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상한 질문’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노숙인에게도 밥을 공짜로 주니 누구든 굶어 죽을 일은 없어요. 브라질에서는 배고프고 싶은 사람만 배고프답니다.”

벨루오리존치 바레이루 민중식당에서 반델리(59)가 점심을 먹고 있다. 그는 식당 근처 백화점의 폭스바겐 대리점 판매원으로 일한다. 반델리는 “사실 나는 일반 식당에서 음식을 사먹을 여유가 되지만 값만 비싸고 기름져 민중식당을 찾는다”고 했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벨루오리존치 바레이루 민중식당에서 반델리(59)가 점심을 먹고 있다. 그는 식당 근처 백화점의 폭스바겐 대리점 판매원으로 일한다. 반델리는 “사실 나는 일반 식당에서 음식을 사먹을 여유가 되지만 값만 비싸고 기름져 민중식당을 찾는다”고 했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흰색 셔츠를 입은 이안(38)은 휴가를 맞아 가족과 산책을 한 뒤 식당을 찾았다. 그는 인터넷 영업 판매원으로 일하고 아내는 약국에 다닌다. 그에게도 중산층에게 민중식당이 필요한지를 물었다. “그럼. 다 필요하죠”라고 답했지만 기자가 질문하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영양 조절이 잘 돼있다”고 했다. 이곳 사람들은 누구든 무료나 싼값에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2010년 한국에서 학생 무상급식 문제가 불거졌을 때 찬반이 갈리며 사회 전체가 시끄럽던 것이 떠올랐다. ‘중산층에게도 이런 식당이 왜 필요하냐’라는 질문은 벨루오리존치 사람들에게는 얼토당토않은 물음이었다.

대학생 하이아니(21)는 PUC미나스 대학에서 영양학을 전공한다.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낮에는 식당과 빵집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저녁에 학교에 간다. 점심은 매일 민중식당에서 해결한다. “음식도 맛있고, 학교 교수님이나 친구들을 만나기도 해요. 공간이 넓고 편안하죠.” 노숙인들과 함께 밥을 먹는 게 불편하진 않을까. 그는 “상관없다. 여기는 변호사도, 노숙인도 아무나 와도 문제될 게 없는 곳”이라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물론 불편해하는 이들도 없지는 않다. 하이아니는 “노숙인이 옆에 앉아 냄새가 난다며 자리를 옮기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프란시스카(37)는 근처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뒤 세 아들을 데리고 몇년 만에 이 식당에 왔다고 했다. 평소에는 이 근처를 지날 일이 없었다. 아들과 함께 온 안드레아(41)는 친구 소개로 이 식당에 처음 들렀다. 모두들 덤덤했다. 이 광경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이는 기자 혼자였다.

■부자도 찾는 빈민가의 마켓

벨루오리존치는 민중식당 외에도 시민식량권을 위해 여러 정책을 폈다. 1995년 영양실조 문제가 커지자 ‘영양강화가루’ 정책을 시행했다. 분유에 옥수숫가루, 마니옥(브라질이 원산지인 뿌리식물) 잎, 계란 등을 섞은 가루를 아이들에게 배포했다. 임산부와 노인들에게도 줬다. 1~2년 만에 저소득층 영양 문제가 해결되자 이 제도는 중단됐다. ‘민중의 바구니(Cestao Popular)’ 프로그램은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트럭에 싣고 일주일에 1~2회 빈민가를 방문해 시세보다 싸게 파는 제도다. 저소득층으로 등록된 가정은 기초식량바구니(쌀·콩·설탕 등), 위생용품(비누·화장지), 청소용품(빨랫비누·세제) 등을 공급받았다. 경기가 좋아지고 빈민가에도 상점이 들어서면서 2011년 4월 중단됐다.

일주일에 한두 번 빈민가와 변두리 동네에 텐트를 치고 주민들에게 저렴하게 식료품을 판 ‘콘보이우(Comboio·호송대)’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이는 2010년 11월 중단됐는데, ‘ABC(Alimentos a Baixo Custo·저가 식품)마켓’이 생겼기 때문이다.

ABC마켓에선 20개 식료품을 ㎏당 0.99헤알에 판다. 다른 상품도 시중가보다 싸다. 시민 모두 민중식당에서 저렴하게 균형 잡힌 식사를 하듯이, ABC마켓에선 누구나 신선한 식료품을 싸게 살 수 있다. 시 전역에 이런 상점이 21개 있다. 그중에서도 산타루지아의 ABC마켓은 유별나다. 산타루지아는 빈민가와 부촌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빈민가 초입에 ABC마켓이 있다. 부촌 주민들도 이 마켓을 이용한다. 원색 모자와 운동화로 한껏 멋을 낸 이들과 수수한 원피스를 입은 사람들이 뒤섞여 카트를 끌며 물건을 골랐다. 슈퍼마켓마저 양극화, 계급화되고 있는 나라들과 비교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반 마켓에선 1.5~2헤알인 감자와 호박, 고구마, 오이, 가지 등이 여기서는 0.99헤알이다. 바나나와 오렌지는 1.99, 토마토 6.99헤알, 사과 8.99헤알, 키위 10.99헤알, 포도는 8.99헤알. 모두 일반 마켓보다 싼 편이다.

벨루오리존치 산타루지아에 있는 ABC마켓 앞에서 바라본 빈민가.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벨루오리존치 산타루지아에 있는 ABC마켓 앞에서 바라본 빈민가.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벨루오리존치 산타루지아는 빈민가와 부촌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ABC마켓은 빈민가의 초입에 있지만 부촌에 사는 시민들도 이용한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벨루오리존치 산타루지아는 빈민가와 부촌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ABC마켓은 빈민가의 초입에 있지만 부촌에 사는 시민들도 이용한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벨루오리존치 산타루지아에 있는 ABC마켓. ABC마켓에선 20개 식료품을 1kg당 0.99헤알에 판다. 다른 상품도 시중가보다 싸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벨루오리존치 산타루지아에 있는 ABC마켓. ABC마켓에선 20개 식료품을 1kg당 0.99헤알에 판다. 다른 상품도 시중가보다 싸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빈민가에 사는 마리아(70)는 매주 서너번 마켓에 온다. 팔다 남은 식료품이 있으면 주인이 덤으로 주기도 하는 인심 좋은 곳이다. 오랜 기간 드나들다 보니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도 많다. 마리아는 ‘파벨라(Favela·빈민가)’라는 단어 대신 ‘코뮤니다지(Comunidade·커뮤니티)’라는 말을 썼다. 주민들은 ‘파벨라’가 주는 범죄와 가난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걷어내려 ‘코뮤니다지’라는 용어를 쓴다고 한다. 이렇게 시민들의 인식이 변했고 실제 치안도 예전보다 좋아졌다.

빈민가에 사는 마리아(70)는 매주 서너번 마켓에 온다. 마리아는 ‘파벨라(Favela·빈민가)’라는 단어 대신 ‘코뮤니다지(Comunidade·커뮤니티)’라는 단어를 썼다. 주민들은 ‘파벨라’가 주는 범죄와 가난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걷어내려 ‘코뮤니다지’라는 용어를 쓴다고 한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빈민가에 사는 마리아(70)는 매주 서너번 마켓에 온다. 마리아는 ‘파벨라(Favela·빈민가)’라는 단어 대신 ‘코뮤니다지(Comunidade·커뮤니티)’라는 단어를 썼다. 주민들은 ‘파벨라’가 주는 범죄와 가난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걷어내려 ‘코뮤니다지’라는 용어를 쓴다고 한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옆 동네인 상벤투에 사는 파울루(75)도 “빈민가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올 정도로 안전하다”고 했다. 그는 유명 브랜드 상표가 새겨진 셔츠를 입고 운동화를 신었다. 은퇴를 했지만 임대 수입과 연금 등으로 한달에 5000헤알 이상 들어온다. 한 가지 불만은 가끔 마켓 내부가 지저분할 때가 있다는 것. 그것만 빼면 “이곳에 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그는 말했다.

벨루오리존치 산타루지아의 바로 옆 동네인 상벤투에 사는 파울루(75)는 “빈민가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올 정도로 안전하다”며 ABC마켓에서 장을 봤다. 상벤투는 주로 중산층 이상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파울루는 은퇴를 했지만 임대 수익과 연금 등으로 한달에 5000헤알 이상 번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벨루오리존치 산타루지아의 바로 옆 동네인 상벤투에 사는 파울루(75)는 “빈민가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올 정도로 안전하다”며 ABC마켓에서 장을 봤다. 상벤투는 주로 중산층 이상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파울루는 은퇴를 했지만 임대 수익과 연금 등으로 한달에 5000헤알 이상 번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산타루지아에 사는 안드레아(53)도 5년 전부터 이곳을 이용했다. 그는 퇴직 전 약사로 일했고 남편은 현재 엔지니어이다. 고소득 직업에 속한다. 안드레아는 이날 오이와 바나나, 양배추, 당근을 샀다. 그는 “집 근처 마트와 비교하면 이곳은 가격도 싸고 질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안드레아는 계산을 마치고 차에 식료품을 실었다. 자동차는 혼다 시빅. 마켓 앞에는 중산층이 주로 타는 포드, 기아자동차 등의 차량이 주차됐다. 거리가 한적해 일반 마트보다 주차가 수월하다는 점도 부촌 주민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산타루지아 부촌에 사는 안드레아(53)는 5년 전부터 빈민가의 ABC마켓을 이용했다. 그는 퇴직 전 약사로 일했고 남편은 현재 엔지니어로 일한다. 그는 “집 근처 마트와 비교하면 가격도 싸고 질도 나쁘지 않다”며 이곳을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산타루지아 부촌에 사는 안드레아(53)는 5년 전부터 빈민가의 ABC마켓을 이용했다. 그는 퇴직 전 약사로 일했고 남편은 현재 엔지니어로 일한다. 그는 “집 근처 마트와 비교하면 가격도 싸고 질도 나쁘지 않다”며 이곳을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끼니를 때우는 게 다가 아니다

다시 센트로 민중식당에 들렀다. 오후 7시, 식당을 닫을 시간이다. 여행용 가방 두어 개가 담긴 카트를 옆에 놓고 한 쌍의 남녀가 식사를 했다. 식당 근처에 버스터미널이 있어 여행객이려니 했다. “여행 오셨나요? 여행 가는 길인가요?” 치아고(24)와 바누사(19)는 “벨루오리존치에 사는데 호스텔에서 지낸다”고 답했다. 치아고는 한달 전까지 슈퍼마켓에서 경비로 일하다 ‘목숨의 위협을 느낄 만한 사정’이 생겨 일을 그만뒀다고 했다. 부부인 두 사람은 월세를 내지 못해 집을 나왔고 결국 길거리를 헤맨다. 이들은 벨루오리존치에 온 뒤로 매일 점심과 저녁을 민중식당에서 해결하고 있다. “오늘도 어디서 자야 할지 모르겠다”고 푸념하는 이들에게 행복을 묻기는 힘들었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식당을 나왔다. 해는 졌고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10분 정도 걸으니 상점과 음식점, 술집 등이 즐비한 번화가가 나왔다. 치아고와 바누사를 다시 만났다. 어느 건물 현관 앞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젊은 부부와 짧게 눈인사를 나눴다. ‘짐 가방이 젖지는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다 문득 식당에서 봤던 그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식탁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이따금 서로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숟가락을 떴다. 밥을 먹는다는 것, 단순히 음식을 입에 넣어 배를 채우는 게 다가 아닐 것이다. 갈 곳 잃은 젊은 부부는 이튿날도 그 식당에서 나란히 앉아 밥을 먹었을까.

특별취재팀

구정은 김세훈 장은교 김보미 박은하 정희완 김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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