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류샤오보 장례는 원하는 곳에서, 부인 출국도 허용하라"...중, "외국, 내정에 말할 자격 없어

2017.07.14 13:13 입력 2017.07.14 17:19 수정
이인숙 기자

간암 투병 끝에 13일 세상을 떠난 류샤오보를 기리고 중국의 인권탄압에 항의하는 촛불 추모집회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이 류샤오보와 부인 류샤의 사진의 있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간암 투병 끝에 13일 세상을 떠난 류샤오보를 기리고 중국의 인권탄압에 항의하는 촛불 추모집회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이 류샤오보와 부인 류샤의 사진의 있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중국의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가 13일 저녁 중국에서 ‘고립’된 채 세상을 떠났지만 사후에도 ‘자유’를 찾기 위한 싸움은 끝날 것 같지 않다. 고인의 장례를 어디서 어떻게 치를지, 가택연금 중인 부인 류샤와 남은 가족은 출국할 수 있을지를 두고 서방 국가와 중국 사이에 벌써부터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서방 “류샤의 출국을 허하라”

서방 국가들은 류샤오보의 죽음을 애도하며 류샤와 가족에게라도 자유를 주라고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13일 오후 5시35분 류샤오보가 운명할 때 류샤는 옆을 지켰다. 선양 중국의과대학 제1부속병원 측은 13일 밤 외국 언론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에서 “류샤와 류샤오보의 형 류샤오광, 동생 류샤오쉬안이 임종했다”고 밝혔다. 류샤오보는 부인에게 “잘 살아달라”는 한마디를 남겼다고 한다.

미국 정부는 애도와 함께 부인 류샤의 출국을 촉구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 “부인 류샤와 류샤오보가 사랑한 모든 이에게 진심 어린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류샤오보는 중국 내 자유, 평등, 법치를 위한 투쟁으로 노벨평화상의 정신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정부는 류샤의 희망에 따라 가택연금에서 풀어주고 중국을 떠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류샤오보의 시신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영구차량이 13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 중국의과대학 제1부속병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선양|AP연합뉴스

류샤오보의 시신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영구차량이 13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 중국의과대학 제1부속병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선양|AP연합뉴스

유럽연합(EU)은 “류샤와 가족들이 선택한 방식과 장소에 고인을 묻을 수 있도록 허가해 마음 편히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류샤오보를 대리해 온 미국의 인권변호사 재러드 겐서는 미국 CNN에 “지난 48시간 동안 류샤와 모든 연락이 단절됐다”며 “류샤에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매우 걱정된다”고 말했다. 겐서는 “류샤가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도록, 류샤가 남편을 원하는 곳에 묻을 수 있도록 전세계가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하로프 인권상을 수상한 후자(胡佳) 등 류샤오보의 동료들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로 ‘류샤 살리기’ 여론전에 나섰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관계를 의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온도차가 있었다.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깊은 슬픔에 잠겼다”며 유족에게 애도를 표했지만 류샤오보 및 가족의 처우에 관한 비판이나 요구는 하지 않았다. 프랑스를 방문 중인 트럼프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을 두고 “내 친구”라며 “위대한 지도자고 유능한 사람으로 그를 매우 존경한다”고 말했다.

류샤오보가 치료를 받았던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중국의과대학 제1부속병원 의료진들이 13일 외국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선양|AP연합뉴스

류샤오보가 치료를 받았던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중국의과대학 제1부속병원 의료진들이 13일 외국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선양|AP연합뉴스

■중국, “류샤오보 사건은 내정, 외국은 말할 위치 아니다”

중국 외교부 겅솽 대변인은 14일 오전 성명을 내 “중국은 법치 국가로 류샤오보 사건을 어떻게 다룰지는 내정이다. 다른 나라들은 (류샤오보의 대우에 관한) 부적절한 언급을 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오후 정례브리핑에서도 “그런 사람에게 상을 주는 건 노벨평화상에 대한 모독”이라고 폄하했다. 류샤오보 주치의들도 13일 밤 외국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어 “류샤오보의 병이 매우 특이한 경우로 (암이) 1주일 안에 급속히 퍼졌다”며 “치료에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외국 언론은 류샤오보의 사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중국 바이두 등 중국의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는 류샤오보의 사망 소식을 찾아볼 수 없다. 중국 당국은 국내 언론매체에 류샤오보 사망 관련 소식을 보도하지 말라는 통지를 내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선양 사법국이 13일 오후 9시에 류샤오보의 사망 소식을 알린 후 관영 신화통신은 오후 10시 28분에 두 문장짜리 영문 기사를 올렸다. 14일에도 병원 기자회견 내용을 전하는 영문 기사만 다뤘다.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14일 ‘류샤오보는 서방에 의해 잘못된 길로 간 희생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하고 “류샤오보는 서방의 지원을 업고 중국의 주류 사회에 대적했다. 이것이 그의 비극적 삶을 결정했다”고 적었다. 반면, 대만과 홍콩 언론들은 류샤오보의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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