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리아서 철군”…쿠르드 울고 IS 웃는다

2018.12.20 21:27 입력 2018.12.20 23:01 수정

미 “시리아서 철군”…쿠르드 울고 IS 웃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 격퇴전 승리를 선언하며 주둔 미군 철수를 전격 발표했다. 시리아에 파병한 지 3년여 만으로, 외교안보라인의 반대를 무릅쓴 결정이다. 미국의 중동 지역 영향력이 감소하고 시리아 내전 해법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외교안보 참모 만류에도 철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우리는 IS를 격퇴했고 영토를 되찾았다”며 “우리의 소년들, 젊은 여성·남성들, 그들 모두 돌아오고 있다”고 철군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트위터에 “나는 수년간 그(시리아 철군)에 대한 캠페인을 해왔다”며 “미국이 아무것도 얻지 못하면서 중동의 경찰이 되기를 원할까. 소중한 목숨과 수조달러를 쓰면서”라고 적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군사작전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필요할 경우 언제든 다시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30일 내’, 로이터통신은 ‘60일에서 100일 이내’가 철군 완료 시점이라고 각각 전했다.

2015년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시리아에 지상군을 파병했다. 현재 약 2000명이 시리아 북동부에서 쿠르드족이 주도하는 시리아민주군(SDF) 등을 훈련시키고 있다.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차례 주둔 비용 등을 이유로 철군을 주장했지만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외교안보 참모들이 이를 반대했다. 전날 회의에서도 매티스 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 결정을 만류했지만 실패했다.

트럼프 “중동 경찰 원치 않아”
외교안보라인 반대에도 발표
미, 최근 터키에 무기 판매

쿠르드 공격 묵인 대가 관측
IS 격퇴 앞장선 쿠르드 당혹
러시아·이란 영향력 커질 듯

철군 결정은 터키가 시리아의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작전을 예고한 이후 이뤄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12일 조만간 국경을 넘어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를 공격하겠다고 밝혔고, 17일엔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 답변을 들었다”고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18일 터키에 35억달러(약 4조원) 규모의 미사일 방어체계 수출을 승인했다.

미국이 무기 판매를 대가로 시리아 쿠르드에 대한 터키의 공격을 묵인하기로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터키는 자국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을 우려해 시리아의 쿠르드족을 공격해왔다. 터키가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으로 미국을 압박한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 뒤통수 맞은 쿠르드 “IS 부활”

뉴욕타임스는 이번 결정을 “쿠르드에 대한 배신, IS에겐 특혜”라고 표현했다. 쿠르드족은 2014년부터 미국의 지원을 받아 IS 격퇴전의 최전선에 섰다. 그 대가로 쿠르드 분리·독립을 기대했지만 뒤통수를 맞았다. SDF는 충격에 빠졌다. SDF는 20일 성명을 내고 “미군 철수는 IS 부활을 초래하고 쿠르드인을 위험에 내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쿠르드의 보호막이었던 미군이 빠지면 터키는 시리아의 쿠르드에 대한 공격을 본격화할 공산이 크다. 쿠르드 지역 지배권을 확보하려는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쿠르드족을 협공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쿠르드는 IS와의 전투를 포기할 수도 있다.

IS는 시리아에서 점령지 대부분을 잃었지만 완전히 몰락한 것은 아니다. 시리아 하진과 이라크 등지에 3만명가량의 전투원이 있다. 해당 지역에선 하루 평균 75건의 IS 공격이 발생하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시킨 뒤 IS가 부상한 사례를 들며 “오바마 같은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 러시아 ‘환영’, 동맹국은 ‘반발’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에서 ‘지렛대’ 역할을 해온 미군이 빠지면 세력 간 역학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시리아 내전의 실상은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 양상이 짙다. 미국이 시리아에 지상군을 파견하자, 러시아도 개입했다. 이슬람 수니파가 다수인 시리아를 두고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끼어들었다.

미군 철군으로 주도권은 러시아와 이란으로 기울고, 이란을 견제하려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불안 요소가 커진다. 러시아가 중동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지만 미국은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시리아 병력 철수 결정은 옳다”며 반겼다. 반면 영국·프랑스·이스라엘 등 미국의 동맹국들은 반발했다. 미국 공화당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분명히 정치적 결정”이라고,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사적 목적의 결정”이라며 비난했다.

미국의 결정이 이라크전 이후 직접 개입을 자제하고 현지 세력을 앞세웠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 전략에도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더 이상 현지 세력의 신뢰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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