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의 벤치를 끄는 순록들···'뱅크시'가 보여준 그래피티의 힘

2019.12.11 14:33 입력 2019.12.11 20:55 수정 송윤경 기자

익명의 그래피티 예술가 뱅크시가 지난 10일 공개한 작품 ‘버밍엄에 신의 축복이 있길’ | 뱅크시 블로그 영상 캡처

벤치에 앉아 술을 한 모금 마신 노숙인은 짐보따리를 베개 삼아 눕는다. 이제 이 노숙인은 순록 두 마리가 이끄는 썰매(벤치)를 타고 날아가게 되는 걸까.

세계적인 그래피티 예술가 뱅크시가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작품을 지난 10일 자신의 블로그와 인스그램 계정에 공개했다. 작품의 제목은 ‘버밍엄에 신의 축복이 있길(God bless Birmingham)’이다. 버밍엄은 영국 잉글랜드의 웨스트미들랜즈 대도시권에 있는 도시다.

뱅크시는 이번 작품을 영상파일로 공개했다. 술을 마시고 벤치에 누워 잠을 청하는 노숙인을 보여준 후 화면을 줌아웃시키자 그 벤치를 끌고 날아가려 하는 두 마리 순록 벽화가 보인다.

뱅크시는 작품을 공개할 때마다 짤막한 메시지를 남기는데 이번에는 이런 메시지를 인스타그램에 함께 게시했다. “약 20분간의 촬영시간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은 (노숙자인) 라이언에게 따뜻한 음료와 두개의 초콜릿바 그리고 라이터를 주었다. 그가 아무런 요청을 하지 않았는데도.”

뱅크시가 10일 공개한 작품 ‘버밍엄에 신의 축복이 있길’ 영상 캡처.

‘버밍엄에 신의 축복이 있길’ 영상 보러가기(링크 클릭)>> https://youtu.be/j6EM4IILiHc

그러나 그의 그래피티 작품은 몇시간 뒤 ‘훼손’되고 말았다. 누군가가 두 마리의 순록 그래피티에 ‘빨간 코’를 그려넣은 것이다. 영국의 한 지역매체인 ‘익스프레스 앤 스타’에는 당시 상황에 대한 ‘증언’이 소개됐다. 벽화가 그려진 영국 버밍엄 ‘주얼리 쿼터’ 지구의 도시재생사업 홍보담당자 스티브 러브웰은 “한 젊은이가 벽화 앞 길거리의 사람들에게 (‘빨간 코를 덧붙일까요’ 라고) 물었고 사람들이 제발 하지 말라고 간청하다시피했는데도 결국 빨간코를 그려버렸다”면서 “하지만 (빨간코를 가진 순록은) 루돌프 뿐이기 때문에 그건 시도 자체가 틀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뱅크시의 작품에 대해 “이 도시의 진정한 문제를 보여준, 놀랍고도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라고 말했다.

버밍엄 주얼리쿼터 지역의 도시재생사업팀 관계자들은 두 순록의 빨간코 중 한개는 조금은 지울 수 있었지만 나머지 한개는 지우지 못했다. 대신 지역사회에선 뱅크시의 이 예술작품을 투명한 아크릴판으로 ‘보호’하기로 했다(아래 사진 참조).

트위터 ‘I Am Birmingham’ 계정에 올라온 사진. 뱅크시의 순록 그래피티에 누군가가 빨간 코를 그려놓았다. | 트위터 ‘I Am Birmingham’

투명 아크릴판이 씌워진 뱅크시의 작품. ‘버밍엄에 축복이 있길’ | 트위터 ‘philmackie’ 계정의 사진을 ‘익스프레스 앤 스타’에서 재인용.

그래피티 예술가 뱅크시의 작품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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