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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한국의 사례를 들어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출생 장려 보조금 지급보다 성평등 확립이 효과적이라고 보도했다.

FT는 선진국에서 출생률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지만 출생을 장려하기 위한 보조금 액수를 늘리는 것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합계출생률 0.84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인 한 40대 한국 여성의 경험을 소개했다.

2016년 서울 중구 한 병원의 신생아실에 비어있는 침대가 눈에 띈다. 김창길 기자

2016년 서울 중구 한 병원의 신생아실에 비어있는 침대가 눈에 띈다. 김창길 기자

지난해 첫 아이를 출산한 최윤서씨는 정부에서 준 보조금 500달러를 임신 중기 무렵 정기적인 태아 검사에 모두 지출했다. 그 사이 정부 지급 출생 보조금이 1700달러로 크게 뛰었다. 하지만 최씨는 보조금이 둘째 아이를 낳게 만들 것이라는 아이디어 자체가 웃음거리라며 서울의 생활 물가를 고려하면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영국 사우스햄튼대의 인구학자 버니스 쾅은 FT에 “출산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은 출생률 변화를 지속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다자녀 가구에 경제적 지원을 확대한 프랑스 뿐 아니라 헝가리, 이탈리아 등도 출산 장려를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도입했지만 출생률 저하 추세를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FT는 저출생의 원인은 아이 양육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 때문이며, 소득 계층 별로 다른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소개했다. 컨설팅업체 데모그라픽인텔리전스의 리먼 스톤 고문은 “저출생은 여성들이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너무 어려워졌거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 “완고한 젠더 규범과 불평등한 가사 분담” 등과 같은 성평등 이슈가 저출생을 야기하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사례로도 거론됐다. 쾅은 “각국 정부는 여성들이 일과 아이 돌봄을 다 할 수 있게 만들려고 하지만 그렇게 힘들게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 여성들이나 가정들도 있다”며 아빠들의 가사 부담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 국가 중에서도 성평등 수준이 높은 노르웨이, 스웨덴, 아이슬란드, 프랑스, 벨기에 등의 경우 상대적으로 출생률이 높은 편이라고 FT는 지적했다. 비엔나인구연구소의 유럽 비교인구학 그룹을 이끄는 토마스 소보트카는 “성평등도가 높을수록 특히 고등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커리어와 가정 생활을 병행하는 것을 좀더 수월하게 만든다”며 아빠들이 2~3년간 육아 휴직을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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