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잡기’냐, ‘금융시스템 안정’이냐…딜레마 놓인 연준

2023.03.14 16:26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P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P연합뉴스

물가 잡기냐, 금융시스템 안정이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상충하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그간 연준의 지상과제였지만, SVB 폐쇄로 금융시스템이 극도로 불안정해지면서 금융당국이 또 하나의 과제를 안게 됐기 때문이다.

연준은 1980년대 이후 가장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1년 전 0%에 가까웠던 금리를 4.5% 이상으로 급속히 끌어올렸다. 그러나 연준이 금리를 계속 올리면 SVB의 사례처럼 중소형 은행들이 보유한 국채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은행 시스템이 불안정해진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미국 금리 분야 대표 수바드라 라자파는 뉴욕타임스(NYT)에 “현재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선 금리를 올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면서도 “그럴 경우 금융 시스템의 약점이 노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을 잡자니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증폭되고, 금융시장을 진정시키자니 인플레이션을 잡기 어려워지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피듀셔리 트러스트의 한스 올센 최고투자책임자도 “연준이 진퇴양난에 놓여있다”면서 “앞에는 인플레이션이, 뒤에는 금융시장 패닉이 기다리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이때문에 14일 발표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더욱 눈길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6%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가 상승세가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연준이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융 시스템 안정이라는 목표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보스턴 연은 총재를 지낸 에릭 로젠그렌은 “미국 경제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걱정하면서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당초 연준이 이번달 ‘빅스텝’(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것)을 밟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으나 SVB 파산으로 ‘베이비스텝’(금리를 한 번에 0.25%포인트 인상하는 것)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금리를 0.25%p 인상할 가능성은 89.3%에 달해 0.5%p 인상 확률 10.7%를 크게 앞섰다. JP모건 체이스 등도 기준금리 0.25%p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더 나아가 연준이 아예 이번 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긴축 기조는 유지하겠지만, 이번 달에는 일단 쉬어 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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