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총리, 우크라 ‘헝가리어 사용제한’에 “권리 회복 때까지 지지 안 해”

2023.09.26 08:29 입력 2023.09.26 08:37 수정 최서은 기자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25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상당수의 헝가리인들이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헝가리어가 아닌 우크라이나어로만 학교 교육을 하도록 하는 정책이 지속되자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헝가리 민족의 언어 권리가 회복될 때까지 국제 문제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우크라이나에 있는 헝가리인들이 이전의 권리를 되찾을 때까지 국제문제와 관련된 어떤 사안을 두고도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르반 총리가 언급한 ‘헝가리인들의 권리’는 모국어로 학교 교육을 받는 것을 뜻한다. 우크라이나 서부 트란스카르파티아 지역에는 헝가리 출신 소수민족 15만여명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이전까지 학교에서 헝가리어로 수업을 받았지만, 2017년 우크라이나가 국어교육을 강화하고 소수 언어 사용을 제한하는 법령을 시행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민 통합과 소수민족의 공공 부문 취업 등을 돕기 위한 취지라면서 법안을 시행했고,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중등학교 교사들은 오직 우크라이나어만 사용하도록 의무화됐다.

법안이 통과되자 헝가리 정부는 헝가리 출신 민족이 모국어를 사용할 권리를 제한한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정부와 충돌해왔다. 헝가리는 이 정책이 소수민족의 권리를 제한한다며 유럽연합(EU)에 문제를 제기했다.

2010년부터 4차례 연임하면서 장기 집권 중인 민족주의 성향의 오르반 총리는 유럽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으로 꼽힌다.

오르반 총리는 이날 “수년간 우크라이나는 헝가리인 학교를 우크라이나식으로 전환하려고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폐쇄하려고 한다”며 “트랜스카르파티아 내 헝가리인들의 권리를 위해 국제회의에서도 싸우고 있다”고 언급했다.

오르반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이달 초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EU 확장 방향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이후 나온 것이다. EU 가입을 희망하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기존 회원국인 헝가리의 지지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EU는 오는 12월 우크라이나가 EU 가입 협상을 시작할 수 있도록 허용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데, 이를 위해서는 27개 모든 국가가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한다.

오르반 총리는 또 이날 병역 의무가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 달라는 우크라이나 측 요청도 거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수만명의 난민들이 헝가리에서 안전을 되찾았다”면서 “트란스카르파티아 지역의 헝가리인들과 우크라이나인들 모두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가을에 병역 의무자를 보내달라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것이며 누구도 강제로 우크라이나로 송환되지 않을 것임을 의회 앞에서 약속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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