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 개막일에 개도국 위한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 출범···“역사적 합의”

2023.12.01 07:34 입력 2023.12.04 20:26 수정

기후 위기에 대한 선진국 책임 인정

분담금 배분 등으로 진통 겪어와

UAE·독일 1억달러 지원 약속

각 국가 선의에 기댄 시스템은 한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가운데) 의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가운데) 의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선진국들의 무분별한 개발과 화석연료 사용 등이 초래한 기후 변화에 직격탄을 맞은 개발도상국이 금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개도국들이 기후변화 피해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자금 조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오랜 요청이 약 30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는 점에서 큰 성과로 꼽힌다. 다만 현재로서는 기금 규모가 크게 부족하고 의무가 아닌 각 국가 선의에 기대야 하는 모금 구조 등은 한계로 지적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개막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이 공식 출범했다. 1995년 시작된 COP는 지금까지 선진국들이 일으킨 기후 위기 악영향을 주로 개발도상국이 받고 있다는 문제의식 속에 기금 마련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27차례 총회를 거치는 동안 과연 기금은 누가 관리할 것인지, 분담금은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기금 수혜국 선정 기준은 어떻게 만들 것인지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특히 기후 위기 주범으로 꼽히는 일부 선진국의 반대로 답보 상태를 거듭해왔다.

국제사회는 지난해 11월 이집트에서 열린 COP27에서 처음으로 큰 틀의 합의를 이뤄냈고 올해 총회에서 결과물을 도출했다. 애초 COP28에서도 총회가 끝나는 오는 12일까지 격론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개막일에 깜짝 합의 발표가 나왔다.

COP28 의장국인 UAE의 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 의장은 “우리는 오늘 역사를 만들었다”며 “이는 전 세계 노력에 긍정적인 추진력을 불어넣는 신호”라고 자평했다. 이어 알자베르 의장은 UAE가 기금에 1억달러(약 1307억2000만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독일도 1억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이외에 영국 5000만달러(653억6000만원), 미국 1750만달러(228억7950만원), 일본 1000만달러(130억7400만원)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또한 27개 회원국을 대표해 독일 기부금에 더해 1억4500만달러(1896억1650만원) 추가로 기부하겠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금까지 4억2000만달러(5491억5000만원) 이상을 확보하면서 조기에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하며 이번 총회에서 개별 국가들의 추가 기부 약속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개막을 앞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한 직원이 물통을 나르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개막을 앞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한 직원이 물통을 나르고 있다. AP연합뉴스

개발도상국과 시민사회는 일단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 상당 부분이 물에 잠긴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의 아비나시 페르다사우드 기후 특사는 “기후 변화로 인한 손실은 먼 훗날의 위험이 아닌 이미 전 세계 인구 절반이 직면한 현실”이라며 “기후 위기로 수십 년간 이뤄 놓은 발전을 후퇴시키지 않으려면 재건과 재활에 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국제환경단체 글로벌시티즌의 프리데리케 로더는 “역사적인 결정”이라면서 “손실·피해·기타 기후 관련 자금에 대한 필요성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BBC는 “가난한 국가들이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의미를 부였다.

다만 완전한 제도 정착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선진국이 기금에 참여할 의무가 없고 규모에 대한 목표도 명확하지 않다”며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개발도상국이 기후 위기와 관련해 부담하는 피해 비용보다 기금이 훨씬 적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WP는 환경 단체들의 연구 자료를 인용해 2030년까지 개발도상국이 치러야 할 피해 규모가 최소 2900억달러(378조6240억원)에서 최대 5800억달러(757조2480억원) 수준이 되리라고 전망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기금을 모을 주머니만 마련됐을뿐 구체적인 자금 운용 계획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이날 발표된 합의 내용엔 해당 기금을 세계은행(WB)에 4년간 보관할 예정이라는 정도만 담겼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세계 자원 연구소의 프리티 반다리 수석 고문은 UAE 등이 약속한 기부금에 대해 “선진국들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선의의 자금일 뿐”이라며 “더 넓은 시각으로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미국 등 일부 선진국들이 기금과 관련해 ‘협력’일 뿐 ‘보상’은 아니라며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여전히 부인하는 것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한편 이번 총회에선 2015년 프랑스에서 열린 COP21에서 채택된 ‘파리 협정’에 대한 각국의 이행 여부를 처음으로 점검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파리 협정은 기존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최소 섭씨 2도 이하로 제한하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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