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 공여에 동참할까

2023.12.05 17:27

한국, 다배출·고소득국가로 분류

기존 참여 GCF 역할 재편도 관건

“국가 위상 맞는 전략 필요”

조홍식 기후환경대사가 2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조홍식 기후환경대사가 2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선진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이 입은 기후 피해를 보상하고 기후 변화 적응을 돕는 일에 한국의 역할을 주문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기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어떻게’이다.

당면한 쟁점은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 참여 여부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의 운영 방식을 두고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국은 지난 4일까지 기금 참여 여부나 운영방식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은 개발도상국이 겪는 기후 재앙에 대한 선진국의 책임과 보상 필요성을 인정하고 기금을 마련해 지원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기금에 기부 의사를 밝힌 국가들은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가 출범한 1992년 기준으로 대체로 선진국이다. 독일이 1억달러, 영국은 5000만달러, 미국은 1750만달러, 일본은 1000만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독일의 기부금에 더해 1억4500만달러 기부를 약속했다. COP28 의장국인 UAE도 기금에 1억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히며 기금은 4억2000만달러(약 5464억원)의 재원 확보에 성공했다.

한국이 세계 9위의 탄소배출국이 된 상황에서 기금에 발을 뺄 수 없는 처지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기금 공여 요청도 받았다. 개도국은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도 기금에 참여하라는 압박을 하고 있다. 중국이 참여하면 한국도 피할 수 없다. 중국이 참여할 때까지 최대한 입장을 미루는 것 역시 글로벌 중추국가를 표방한 국가로서 어울리지 않는다는 고민도 안고 있다.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한국은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세계은행 기준) 고소득 국가, 주요경제국, 다배출국가 등 여러 카테고리에 동시 해당된다”며 “그렇기에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국격에 맞는 대응 전략을 범정부적으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이 세미나에서 “손실과 피해 기금 세부사항은 COP28에서 가장 대립이 심한 의제가 될 것이지만 동시에 반드시 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에게 큰 정치적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그동안 인천 송도에 본부를 둔 녹색기후기금(GCF)을 통해 개도국의 기후 피해 원조에 참여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월 G20 정상회의에서 GCF에 3억달러를 더 공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2년 출범한 GCF는 정치적 책임보다는 선진국이 개도국의 기후적응을 경제적으로 돕는다는 차원에서 접근한다.

앞으로 GCF의 기능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에 흡수돼 영향력이 줄어들 수도 있고 반대로 기존의 개도국 원조 집행 경험을 살려서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GCF의 역할이 확대되면 한국이 글로벌 기후대응 영향력이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기존 GCF의 접근 방식과 달리 선진국의 책임이라는 ‘정치적 문제’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점이 한국 외교의 난제이다. 지금보다 급진적으로 탈탄소 정책에도 동참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한국은 COP28 기간 재생에너지를 지금보다 3배 확대한다는 약속에 동의했다. 탈탄소 산업공정 개발과 표준 마련을 앞당기겠다고 약속한 기후클럽에도 창립 회원으로 가입했다. 한국 정부는 ‘무탄소 연합’(CFA) 동참을 기후위기에 대한 현실적 대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무탄소연합에는 태양광과 풍력 뿐 아니라 원자력과 수소에너지를 포함한 무탄소에너지(CFE) 활용을 인정한다.

대통령 특사로서 COP28에 참여하고 있는 조홍식 기후환경대사는 지난 2일 총회 연설에서 “한국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의 위기 대응을 돕는 ‘녹색 사다리’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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