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바이든 대 트럼프’ 구도로 치러지게 된 미국 대선 레이스에 작지만 강한 변수가 등장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제3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어서다. 여기에 그가 민주당 정치인을 다수 배출한 케네디가(家) 출신임에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을 흡수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이목이 쏠리고 있다.
1954년생인 케네디 주니어는 정치 경험이 없는 변호사 출신으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로버트 F 케네디 전 법무부장관의 아들이다. 민주당의 거물 정치인으로 꼽히는 두 사람은 1960년대 큰 인기를 얻었지만 비극적으로 암살돼 미국 사회에 슬픔과 충격을 안긴 인물들이다. 이런 가문에서 다시 한번 대선 출마를 선언한 케네디 주니어는 자연스레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그가 현직 대통령 조 바이든의 존재감을 압도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에 케네디 주니어는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표가 분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졌다. 이를 의식한 케네디가는 지난 18일 가족인 케네디 주니어 대신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가 확인되고 있다. 퀴니피액대학교가 24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케네디 주니어의 지지층 중에서 그가 중도 사퇴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47%)이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답한 사람(29%)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케네디 주니어의 지지율은 16%에 달해 상당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이변’은 케네디 주니어가 민주당 출신이라는 것과는 별개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부 유사한 행보를 보인 점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백신 거부 운동을 주도하고 ‘총기 난사는 우울증 약 처방 때문에 발생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다수 퍼뜨려왔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에도 “미국이 트럼프에게 넘어간다고 해도 무슨 상관이냐” “정부 예산을 모두 블록체인으로 넣겠다”고 말하는 등 독특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케네디 주니어가 대선 레이스를 완주한다면 박빙 승부가 벌어지고 있는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퀴니피액대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6% 동률로 나타났으며, 케네디 주니어 등 제3 후보를 포함한 조사에서도 지지율은 37% 동률을 기록했다. CNN은 케네디 주니어가 양당 독주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들의 표를 흡수할 수 있다면서 “그의 출마가 이번 대선에 ‘혼돈’을 가져오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