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동성애·성확정 법으로 금지…“소수자 차별 허용” 비판

2024.04.29 13:53 입력 2024.04.29 15:24 수정

동성애 불법 규정…최대 징역 15년

당초 ‘사형’ 규정했다 서방 압박에 수정

인권단체 “소수자 차별 법으로 허용”

이라크 시위대가 지난해 7월 바그다드 외곽에서 스웨덴에서 벌어진 쿠란 소각 시위를 규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라크 시위대가 지난해 7월 바그다드 외곽에서 스웨덴에서 벌어진 쿠란 소각 시위를 규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라크에서 27일(현지시간) 동성애와 성확정(성전환)을 불법화하는 법안이 도입됐다. 새 법이 이라크 내에 이미 만연해 있던 성소수자 혐오에 법적 토대까지 마련해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의회는 1988년 제정된 성매매금지법을 개정한 ‘성매매 및 동성애 금지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전체 의원 329명 중 170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결됐다. 의회 내에서 최대 연합을 이루고 있는 시아파 무슬림 정당들의 지지를 받은 덕이다.

모흐센 알 만달라위 이라크 국회의장 대행은 개정 법률 도입이 “사회 가치를 보호하고 도덕적 타락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새 법률은 동성애를 범죄로 규정해 10~15년의 징역을 선고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동성애를 부추기는 사람도 최소 7년의 징역을 받는다. 지난해 8월 제출된 초안은 동성애에 종신형 또는 사형까지 선고하도록 규정했지만, 서방 국가들의 압박으로 처벌 수위가 낮아졌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법률은 생물학적 성별을 바꾸는 성확정과 ‘의도적으로 옷차림 등에서 여성 흉내를 내는 행위’도 범죄로 취급해 1~3년의 징역에 처한다.

국제사회는 이같은 법이 인권침해를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보수적인 이슬람국가인 이라크에서 동성애는 이전부터 금기로 여겨지며 다른 형법을 적용해 처벌하는 일도 잦았다. 그러나 이번 개정 법률은 동성애와 성확정 자체를 명확히 불법화한 것이어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HRW) 성소수자 인권 담당연구원 라샤 유네스는 “성소수자를 향한 끔찍한 인권침해를 법으로 허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국무부도 성명을 내고 “동성애금지법은 이라크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위협한다”며 “이라크 전역에서 자유로운 발언과 표현의 자유를 방해하고 비정부기구(NGO)들을 금지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라크에서는 지난해부터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정서가 고조된 바 있다. 지난해 이라크 통신미디어위원회는 국내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동성애’ 대신 ‘성적 일탈’이라는 단어를 써야 한다고 명령했고, 주요 정당 정치인들의 성소수자 혐오발언이 잇따랐다.

같은 해 틱톡과 인스타그램에 패션과 메이크업 관련 영상을 올리며 인기를 끌었던 남성 인플루언서가 총격으로 살해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그는 생전에 온라인상에서 혐오발언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통계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동성 성관계를 불법으로 규정한 국가는 60여개국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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