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러시아 동결 자산 몰수에 반대하는 이유는?···“2차 세계대전 배상금 문제 커질까 우려”

2024.04.29 16:39 입력 2024.04.29 16:46 수정

러시아 중앙은행.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중앙은행.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러시아의 동결 자산을 몰수하는 문제를 놓고 주요 7개국(G7) 내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독일이 몰수에 반대하는 이유는 2차 세계대전 피해국들의 배상 요구를 우려해서라는 지적이 나왔다.

G7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및 복구를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G7, 유럽연합(EU), 호주 등 서방에 있는 총 3000억달러(약 413조원) 규모의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G7 정상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년을 맞은 지난 2월24일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하고 6월 정상회의에서 다시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동결 자산의 구체적인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미국과 영국은 동결 자산으로부터 나오는 이자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것을 넘어 자산을 전면 몰수하는 방안까지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 대통령에게 러시아 자산을 압류하고 매각할 권한을 부여하는 우크라이나 지원법에 서명했다.

반면 독일은 동결 자산에서 나오는 이자 수익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동결 자산에 대한 전면 몰수에 반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독일이 전면 몰수에 반대하는 것은 2차 세계대전 피해국들의 배상 요구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승전국인 연합국들에 무상 노동력, 산업시설 몰수, 해외 자산 압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쟁 피해를 배상했다. 1952년 이후에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와 가족들에게 추가로 900억달러를 지불했다.

독일은 이를 통해 2차 세계대전 공식 배상이 끝났다고 봤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폴란드, 그리스, 이탈리아 등에서 새로운 배상 요구에 직면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자국민 600만명이 희생된 폴란드는 전후 소련의 위성국이 되면서 피해 배상 권리를 포기했다. 그러나 우파 민족주의 성향 법과정의당(PiS)이 집권 중이던 2022년 독일에 1조3000억달러(약 1792조원)의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그리스는 2019년 독일에 3000억달러(약 413조원)의 배상금 지불을 요구했다.

이탈리아는 2008년 이후 법원이 나치 정권 피해자들이 독일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받아주고 있다. 일부 이탈리아 법원은 이 과정에서 독일 교육·역사·문화기관의 부동산 자산에 대한 몰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독일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2022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탈리아를 제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독일이 러시아 동결 자산 몰수에 동의한다면, 이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해온 독일의 입장과 상충한다고 WSJ는 지적했다.

독일이 몰수에 반대하는 이유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도 러시아에서 계속 영업 중인 독일 기업들의 이익을 고려해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싱크탱크 폴란드국제문제연구소(PISM)의 스와보미르 뎅프스키 소장은 독일은 러시아에 있는 자국 기업들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러시아에는 현재 272개 독일 기업들이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입장이 곤혹스러운 것은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도 마찬가지다. WSJ는 한국과 다른 이웃국가들로부터 배상 요구를 받고 있는 일본도 러시아 동결 자산 몰수에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러시아 자산 몰수 시도를 “21세기 해적 행위”로 규정하며 보복하겠다고 거듭 밝혀왔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28일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우리가 가진 미국 자산은 많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대응은 비대칭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덜 고통스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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