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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차한성·윤병세 ‘재판 거래’ 만남 때 황교안도 있었다

2018.08.16 18:20 입력 2018.08.16 23:47 수정

‘박근혜 지시’ 검 조사 불가피

외교부 문건·윤 진술에 2인자 김기춘 ‘박근혜 개입’ 첫 실토

당시 주일대사 이병기 “대법에서 결과 바꿔야” 청에 보고

이병기 전 국정원장 | 황교안 전 법무장관

이병기 전 국정원장 | 황교안 전 법무장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9)이 검찰에 나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사건을 해결하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의 지시에 따라 차한성 전 대법관(64·전 법원행정처장)을 만났고, 그 결과를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을 지켜야 할 국가원수가 ‘재판 거래’ 의혹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당시 청와대 ‘2인자’의 진술로 확인된 것이다. 각종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실장에 이어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이병기 전 실장(71·구속)도 청와대와 외교부에 “강제징용 피해자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돌려 결과를 바꿔야 한다”는 등 재판에 개입해야 한다는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이 국정농단,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사건에 이어 ‘재판 거래’ 의혹으로 또다시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김 전 실장은 지난 14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으면서 검찰이 제시한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대부분 시인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관여했다고 인정했다. 김 전 실장은 문제를 해결하라는 박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별다른 친분 관계가 없던 차 전 대법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고 2013년 12월1일 비서실장 공관에서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65),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61)과 함께 차 전 대법관을 만났다.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된 부처들까지 모두 동원된 대책회의였던 셈이다. 회동 뒤 법무부는 ‘2012년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개인청구권이 소멸되지 않는다’고 청와대 뜻에 반하는 취지의 의견을 낸 후 재판 관련 논의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은 조사에서 “(회동은) 국익을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등 재임 기간 범죄 혐의에 대해 구속 수사를 받아 온 김 전 실장이 박 전 대통령의 구체적 지시가 있었다고 직접 시인한 것은 이번 강제징용 ‘재판 거래’ 사건이 처음이다. 김 전 실장은 차 전 대법관과의 만남 전후를 입증하는 외교부 문건과 윤 전 장관 등 관련자들의 진술을 검찰이 증거로 제시하자 결국 부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이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구속 기한이 만료돼 풀려난 지 8일 만에 피의자 조사를 받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재판 거래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섣불리 부인할 경우 검찰이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며 김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실장과 차 전 대법관의 만남을 두 달 앞두고 당시 주일대사였던 이병기 전 실장이 강제징용 재판 거래에 관여한 정황도 확인됐다. 2013년 10월 이 전 실장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전원합의체로 돌려야 한다고 청와대와 외교부에 보고했다. 서울고법이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대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후 해당 사건이 다시 대법원에 접수된 직후였다. 이 전 실장은 주일대사를 마친 후 국정원장을 거쳐 2015년 2월~2016년 5월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내면서 박 전 대통령과 양 전 대법원장의 2015년 8월6일 회동도 주선했다.

옛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은 2015년 3월 작성된 ‘상고법원 관련 BH 대응전략’ 문건에서 이 전 실장에 대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대하여 청구 기각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기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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