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다큐
2019.04.05 15:05 입력 2019.04.08 13:36 수정 강윤중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생존학생인 장애진씨는 아빠 장동원씨와 눈에 가장 잘 띄는 손목 부위에 노란 리본과 숫자 20140416을 문신으로 새겼다. ‘잊지 않겠다’ ‘진실을 밝히겠다’는 굳은 다짐이다. 애진씨의 가족은 참사 5년이 된 지금도 각자의 자리에서 세월호에 대한 기억과 진상규명을 위해 뛰고 있다. /강윤중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생존학생인 장애진씨는 아빠 장동원씨와 눈에 가장 잘 띄는 손목 부위에 노란 리본과 숫자 20140416을 문신으로 새겼다. ‘잊지 않겠다’ ‘진실을 밝히겠다’는 굳은 다짐이다. 애진씨의 가족은 참사 5년이 된 지금도 각자의 자리에서 세월호에 대한 기억과 진상규명을 위해 뛰고 있다. /강윤중 기자

장애진씨(23)는 세월호 참사 당시 안산 단원고의 생존 학생이다. 애진씨는 대학에서 응급구조를 전공했고, 지난 해에는 응급구조사 자격증도 땄다. “그날 나와 친구들처럼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고 싶다”며 응급구조사가 되겠다던 그였다. 참사 후 꿈을 바꾼 그는 이제 그 꿈에 성큼 다가가 있었다.

다시 4월이다. 애진씨는 바쁘다. 참사 5주기를 앞두고 인터뷰 요청들이 오고 관련 간담회 일정도 잡혔다. 생존학생들로 구성된 ‘메모리아’의 추모행사 모임도 준비 중이다. “진상 규명을 기대하며 달려왔는데 시간이 그저 빠르게 흘러가기만 했어요.” 5년의 시간에 그는 “책임감이 더 커졌다”고 한다. “모든 사건에는 이유가 있지않나요? 구조를 못했다면 이유가 있을 거잖아요.” “내 친구들의 일”이라는 그의 목소리가 떨린다.

‘단원고 4.16 기억교실’을 찾은 장애진씨가 단짝 친구였던 고(故) 김민정양의 책상에 앉아보고 있다. 애진씨는 단원고 생존학생들의 모임인 ‘메모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단원고 4.16 기억교실’을 찾은 장애진씨가 단짝 친구였던 고(故) 김민정양의 책상에 앉아보고 있다. 애진씨는 단원고 생존학생들의 모임인 ‘메모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장동원씨(48)는 참사가 일어난 그 해에 직장을 그만뒀다. 딸 애진씨의 돌아오지 못한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과 그 부모들의 아픔을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배 운전을 배웠고, ‘진실호’라 이름 붙인 배에 유가족들을 태우고 세월호가 잠긴 해역을 수도 없이 오갔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장씨는 현재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처의 팀장을 맡고 있다. ‘세월호 5주기 기억식’ 준비와 ‘특별수사단 설치’ 등 여러가지 일로 분주하다. 주말도 없다. “긴 싸움이 될 겁니다. 피해자가 만족할 정도의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합니다. 더 이상 죽이지 않는 안전사회를 만들어야지요.” 장씨의 표정은 결연했다. 쉽지 않은 길을 묵묵히 달려온 그 힘은 어디서 생겨났을까. 참사 후 다시 등교하던 딸의 한 마디였다. “아빠가 진실 규명 할거지?”

장동원씨가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자료실에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지난 5년 간 쌓인 세월호 관련 자료가 가득하다. 가족협의회 사무처 팀장인 그는 ‘5주기 기억식’ 등 추모행사 준비에 분주했다. /강윤중 기자

장동원씨가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자료실에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지난 5년 간 쌓인 세월호 관련 자료가 가득하다. 가족협의회 사무처 팀장인 그는 ‘5주기 기억식’ 등 추모행사 준비에 분주했다. /강윤중 기자

엄마 김순덕씨(48)는 연극무대에 오른다. “희생된 학생 부모님들께 도움이 되고 싶었다”는 그는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배우가 됐다. 단원고 희생 학생의 엄마들과 함께 무대에 선 지 4년째다. 치유과정으로 대본을 읽다가 시작된 연극이다. 김씨는 엄마들의 연기 속에서 더 짙은 슬픔을 느꼈고 미안함도 커졌다. 연습실을 찾은 날, 세월호 5주기를 앞두고 공연될 연극 <장기자랑> 연습이 한창이다. 수학여행을 앞두고 반별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여고생들의 이야기다. 단원고 교복을 입은 엄마들이 유쾌하고 발랄한 연기를 펼친다. “아프지만 무대에 오르는 엄마들 자체가 세월호입니다. 관객들이 엄마들 연기에 감정이입을 하며 울어요.” 관객들은 그렇게 세월호를 만난다. “엄마, 아빠는 니 친구들 엄마, 아빠와 함께 있을게.” 딸과의 5년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앞만 보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덕씨(오른쪽)가 세월호 희생·생존 학생의 엄마들로 구성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세 번째 연극 <장기자랑> 연습에 한창이다. 수학여행을 앞두고 반별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여고생들의 이야기다. /강윤중 기자

김순덕씨(오른쪽)가 세월호 희생·생존 학생의 엄마들로 구성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세 번째 연극 <장기자랑> 연습에 한창이다. 수학여행을 앞두고 반별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여고생들의 이야기다. /강윤중 기자

취재를 마무리할 무렵,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물었다. 가족은 정중히 거절했다. 온전한 가족사진을 찍을 수 없는 희생자 가족들이 사진을 봤을 때 느낄 상처를 생각해서다. 이 가족이 유가족들과 보낸 지난 시간이 어떠했는지 짐작된다. 참사 이후 생존자 장애진씨의 가족은 각자의 자리에서 세월호의 슬픔을 마주했다. 고통 속에 있으면서도 유가족들의 더 큰 아픔을 바라보고 그들의 곁에 섰다. 세월이 약이라지만, 결코 약이 될 수 없는 세월이다. 이렇게 다섯 번째 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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