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축제 남자화장실 근황? 확인해 보니···

2019.05.11 15:19 입력 2019.05.11 16:06 수정

[언더그라운드.넷] ‘헬조선ㅋㅋㅋ 이런 게 역차별이지.’

한 페이스북 그룹 제보 사진을 본 누리꾼 반응이다. 한 축제장의 모습이다. 임시로 설치된 화장실 칸마다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컨테이너는 모두 3개. 그 중 둘은 분홍색, 여성 전용이다. 문제는 나머지 하나다. 컨테이너당 칸은 2개 있는데, 남성 칸 하나까지 여성들이 ‘점령’했다는 것이다. ‘생리구조상 여성에게 더 많이 배려하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총 6칸 중 남성에게 주어진 2칸에서 하나까지 독차지하는 것은 문제 아니냐’는 불만이다.

남성용 화장실 칸까지 여성 대기 줄에 점령당했다며 제보된 사진. 지난 4월 27일 대구 풍등축제 행사장 사진으로 확인되었다. /한승우

남성용 화장실 칸까지 여성 대기 줄에 점령당했다며 제보된 사진. 지난 4월 27일 대구 풍등축제 행사장 사진으로 확인되었다. /한승우

캡처된 글에서 제보자는 자신의 체험담도 언급하고 있다. 소변을 볼 때까지 대기시간은 47분. 동행한 여친은 9분 걸렸다.

역차별을 주장하는 누리꾼은 ‘공중화장실 등에 대한 법률’까지 꺼내들었다. 최근 개정된 법 7조를 보면 ‘여성화장실의 대변기 수는 남자화장실의 대·소변기의 합 이상이 되도록 설치해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 법 때문에 멀쩡한 남자화장실의 변기를 뜯어내는 일도 다반사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페미 묻은 법 개정’이라는 것이다. 하나씩 확인해보자.

“기다리던 남자들은 다 화나지만 속으로 삭이는 듯 했어요. 현장 통제요원들에게 항의했는데 별 소용 없었고요.” ‘한국성평화연대’ 단체를 통해 연결된 최초 제보자 한승우씨(26·사업)의 말이다. “그리고 왜 문을 열어둡니까. 남자는 인권이 없나요.” 여성은 안에 또 문이 있어 별 상관없지만 소변을 보는 남성은 밖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보인다는 것이다.

제보자 한씨 등의 말을 종합하면 해당 축제는 ‘진주관등 축제’라는 애초 게시물의 주장과 달리 대구 풍등축제다. 사진이 찍힌 날도 5월초 연휴가 아닌 4월 27일이다.

행사를 담당했던 대구시 문화정책과 관계자에게 전후 사정을 물어봤다.

“오해가 있었던 것 같네요. 오른쪽 2개가 여성전용인 것은 맞는데, 다른 하나가 멀티컨테이너예요. 남성용 하나, 여성용 하나로 구성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남성 전용 화장실의 한 칸을 여성들이 점령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5대 1은 조금 심한 것이 아닐까. 대구시 관계자는 “화장실 관련 법도 그렇고 축제 참가자가 아무래도 여성들이 많다보니 여성배려가 많았던 셈인데, 남성쪽에서는 그런 불만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쪽 말고도 반대쪽에도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쪽은 여성전용이 아닌 남녀멀티가 3대 설치되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니까 행사장에 설치되어 있던 화장실 총 12칸 중 4칸은 남성용, 8칸은 여성용이었다는 설명이다.

풍등 행사 주최 측이 대구시를 통해  보내온 행사 종료 후 정리 사진. ‘멀티 컨테이너’가 남성 전용이 아닌 남녀 공용임을 알 수 있다. /대구시 문화정책과 제공

풍등 행사 주최 측이 대구시를 통해 보내온 행사 종료 후 정리 사진. ‘멀티 컨테이너’가 남성 전용이 아닌 남녀 공용임을 알 수 있다. /대구시 문화정책과 제공

통화를 마친 후 이 관계자는 행사 종료 후 해체작업 중인 ‘멀티’ 컨테이너 사진을 보내왔다.

오른편엔 남자, 왼편에는 여성을 상징하는 기호가 그려져 있다. 4월 27일 상황은 열어놓은 문으로 성별표기기호가 가려져 있어 ‘오해’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 측은 “내년 행사 때는 이번에 제기된 민원을 적극 고려해 참가자들이 불편이 없도록 더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공중화장실법 편향 개정 논란과 관련해 주으뜸 행정안전부 생활공간정책과 사무관은 “법 취지는 남성화장실을 줄이라는 것이 아니라 여성화장실을 늘려야 한다는 것”며 “법 7조는 최근 개정된 것이 아니라 2014년 여러 군데 흩어져 있던 화장실 관련 법을 통합·신설했을 때부터 있던 조항”이라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