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인권 귀 막는 이들에게…‘차별 청구서’를 내밀어 봅시다

2024.06.27 20:20 입력 2024.06.27 20:25 수정

[책과 삶] 성소수자 인권 귀 막는 이들에게…‘차별 청구서’를 내밀어 봅시다

차별 비용
리 배짓 지음 | 김소희 옮김
글항아리 | 288쪽 | 1만6800원

지난 현충일 변희수 하사가 현충원에 안장됐다. 성확정 수술을 받은 뒤 강제전역을 당하고 숨진 지 3년 만이었다. 변 하사의 강제 전역은 한국 사회의 트랜스젠더에 대한 공고한 차별의 벽을 확인시켜줬다. 변 하사는 뛰어난 군인이었다. 탱크조종수로서 A등급을 받는 등 우수한 기량을 보여줬다. 잘 훈련된 군인을 강제전역시킨 것은 군으로서도 전력 손실이다. 미국의 경우가 이를 잘 보여준다. 미군은 성소수자 군인을 쫓아내느라 1993~2010년 동안 최대 5억달러를 지출했다. 고숙련 전투기 조종사 같은 병력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강제 제대하면서 인력 조달·훈련 비용이 급증했다.

성소수자(LGBT)를 차별·배제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단순하다. 인권과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30년 이상 LGBT와 연관된 경제학을 연구해온 리 배짓은 여기에 한 가지 이유를 더 보탠다. 심지어 자본주의가 좋아할 만한 이유다. 차별에는 돈이 들기 때문이다.

‘차별 청구서’는 꽤 비쌌다. 배짓은 한 국가에서 성소수자 인구를 조사하고, 평균 임금을 파악해 전체 평균과의 격차를 추정했다. 이 격차와 성소수자 인구를 곱해서 국가에 발생하는 ‘차별 비용’을 추정했다. ‘죽지 않아도 되었을’ 성소수자 사망자가 생산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었을지를 계산했다. 그 결과 인도에서는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의 1% 손실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별에 돈이 든다는 건 이미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게리 베커는 인종차별이 고용주에게 재정적 손실을 입힌다는 것을 1950년대에 증명했다. 21세기 많은 경제학자는 불평등이 경제적 잠재력을 위협한다고 우려한다.

저자는 성소수자가 교육, 고용, 건강 등에서 겪는 차별로 인해 소요되는 비용을 구체적 수치를 통해 제시한다. 결론은 “LGBT 인권은 경제에 이롭다”는 것이다. 인권에 가격표를 매기자는 것이 아니다. 배짓은 성소수자 차별 비용을 따지는 것은 인권 이야기에 눈 깜짝하지 않는 이들을 설득할 새로운 무기라고 말한다. 한국에서 차별금지법을 완고히 반대하는 이들의 귀가 솔깃할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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