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여당은 특조위 ‘나몰라라’

2024.06.30 18:21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16일 서울광장에서 합동 분향소 이전을 위해 희생자들의 영정을 들고 임시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으로 행진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16일 서울광장에서 합동 분향소 이전을 위해 희생자들의 영정을 들고 임시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으로 행진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여야 합의로 지난달 21대 국회를 통과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따른 특별조사위원회가 아직 구성되지 않고 있다. 구성 시한은 지난 20일이었지만, 국민의힘이 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의지가 있기나 한지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2022년 10월29일 159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를 재조사하기 위해 특별조사위를 구성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9명으로 구성되는 특조위는 국회의장이 여야 협의를 통해 위원장을 정하고, 여야가 상임위원 1명씩을 포함해 4명씩 추천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몫 위원으로 위은진 변호사, 김문영 성균관대 의대 교수, 양성우 변호사, 정문자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내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구성 시한을 열흘 넘긴 30일까지도 특조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특조위 활동은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은 국민적 요구였지만, 정부·여당은 줄곧 부정적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국민 분열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4·10 총선 참패 후 열린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회담을 계기로 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래놓고 여당은 아무런 설명 없이 위원 추천을 미루고 있다. 이럴 거면 여당은 왜 특별법에 합의한 건가.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를 두고 ‘특정 세력에 의해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는 김진표 전 국회의장 회고록이 최근 공개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후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입법청원 동의에 참가한 시민들이 급증해 이날 현재 70만명을 넘어섰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발언이 “왜곡됐다”면서도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떻게 왜곡됐다는 건지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특조위를 통해 참사의 진실을 밝혀야 하는 당위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특조위는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가리는 한편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제도 개선을 마련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 활동을 방해한 것처럼, 여당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무력화하려 한다면 시민들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여당은 진실 규명을 바라는 유족들의 간절한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특조위 구성과 운영에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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