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교회를 떠났냐고 묻길래 왜 아직 남았냐고 되물었죠”

2014.11.20 21:09 입력 2014.11.20 21:34 수정
임아영·사진 강윤중 기자

‘가나안 성도’ 펴낸 양희송 대표

“성장만 추구하는 한국 교회는 교회 밖의 신앙인들에게 더 이상 답을 주지 못해”

“당신들은 왜 아직 남아있습니까?”

양희송 청어람아카데미 대표(46·사진)가 여러 ‘가나안 성도’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가나안 성도 교회밖 신앙>(포이에마)이란 책을 냈다. ‘가나안 성도’는 ‘안 나가’를 뒤집어 만든 조어로 ‘교회에 나가지 않는 그리스도인’을 뜻한다. 40대의 한 ‘가나안 성도’는 왜 교회를 떠났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역으로 물어본다고 했다. “제가 떠난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거기에 여전히 남아 있는 이유가 정말 궁금합니다. 교회를 개혁하기 위해서 남아 있는 건가요, 아니면 그냥 관성으로 남아 있는 건가요?”

“왜 교회를 떠났냐고 묻길래 왜 아직 남았냐고 되물었죠”

영국 브리스틀의 트리니티 칼리지와 런던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한 양 대표는 ‘복음과 상황’ 편집장을 지냈고 한동대에서 7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2005년부터 높은뜻숭의교회가 설립한 청어람아카데미의 대표 기획자를 맡아 500회가 넘는 인문·사회·예술 강좌를 열었다. 2012년 <다시 프로테스탄트>라는 책으로 한국 교회의 과거 30년 패러다임을 비판적으로 다뤘다면 이번 신간은 ‘교회 바깥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현상’을 분석하고 진단했다.

양 대표는 ‘가나안 성도’의 연원부터 설명했다. 함석헌 선생은 1971년 월간 ‘씨알의 소리’에서 “언젠지 모르게 현상유지를 원하는 기풍이 교회 안을 채워버렸고 그러니 가나안의 소망이 ‘안 나가’의 현상유지로 타락해버렸다. 이상하게도 ‘가나안’이 거꾸러지면 ‘안나가’가 되지 않나? 오늘 한국 교회의 특징을 말한다면 ‘안 나가’는 부대다”라고 적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2013년 1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을 그리스도인이라고 밝힌 사람들 가운데 10%가 교회에 출석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한목협은 이를 적용해서 ‘교회 나가지 않는 그리스도인’ 수를 100만명가량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조성돈·정재영 교수팀은 2013년 ‘가나안 성도’ 300여명을 설문조사한 뒤 이들은 교회를 떠나기 전 평균 14.2년간 교회를 다니던 사람들로 습관적으로 교회를 옮겨 다니던 사람이 아니었고 가나안 성도가 되기 전 평균 6개월 이상을 고민했으나 목회자나 주변 신자들은 그들의 의논 상대가 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양 대표는 “교회 바깥에도 신앙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뜻인데 이 현상을 목회자들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통 한국 교회에서는 가나안 성도를 입맛에 맞는 교회를 찾아 떠도는 ‘교회 쇼핑족’이나 교회의 분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교회를 떠난 ‘영적 난민’, 혹은 머리 크고 교만한 ‘영적 엘리트주의자’ 또는 ‘영성소비자’, 좋게 보아야 ‘잃어버린 양’으로 여긴다. 서구 기독교에서는 1990년대 이후 ‘교회를 떠나는 것’과 ‘신앙을 버리는 것’을 다른 문제로 인식했다. “그들은 신앙을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신앙을 유지하기 위해 교회를 떠나고 있다”(레기 맥닐)는 말이 그 사례다.

양 대표는 “교회가 더 이상 대안이 되지 못하는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주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교회 생태계’를 제안한다. “교회 성장 패러다임만 쫓아가지 말고 교회 생태계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바꾸면 좋겠다”며 “가나안 성도가 그런 측면에서 개신교 생태계를 풍성하게 할 수 있다면 환영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교회가 꼭 필요할까. 그는 “그 질문은 이제 한국 교회가 정면으로 맞이할 질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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