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디자이너 겸 건축가 이경화씨 “성형·명품대국 한국… 몸·삶의 철학이 없다”

2015.01.20 21:15 입력 2015.01.20 21:30 수정
유인경 선임기자 M

“현대인에게 이제 몸은 ‘옷’이 되어버렸습니다. 헝겊을 자르고 바느질하고 염색하고 부풀려 옷을 만드는 과정처럼 우리 몸을 온갖 성형수술이나 다이어트로 재단하죠. 실존하는 자신보다 가상숭배에 치우친 현상을 철학과 패션이라는 형식을 통해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패션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이경화씨(45·사진)는 최근 ‘보디 메타모핑(Body Metamorphing)’이란 주제로 서울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설치 퍼포먼스와 작품을 발표했다. 메타모핑은 서로 다른 형상의 이미지를 변환시킬 때 그 공백을 채워주는 데 사용되는 컴퓨터 애니메이션 기법을 말한다.

패션디자이너 겸 건축가 이경화씨 “성형·명품대국 한국… 몸·삶의 철학이 없다”

이씨는 성형·유전자 변형 등을 통해 디지털화된 인체에 집착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3D 프린팅 기법으로 표현해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2013년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이 내한했을 때는 오프닝 행사로 ‘금기’란 제목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후 해마다 패션과 철학이 융합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씨는 이화여대를 나와 미국 파슨스에서는 패션을, 하버드대학원에서는 건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건축학 공부에 심신이 지쳤을 때는 철학자 김용옥씨가 운영하는 ‘도올서원’에서 동양철학과 서양철학까지 공부했다. 그후 미국 LA에 거주하며 철학이 가미된 패션작품을 만들고 국내외 회사에 건축이나 디자인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 전통옷에는 색상과 선 등에 음양 등 철학이 담겨있습니다. 넉넉한 품새 등도 다 의미가 있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명품만 선호하고, 옷에 몸을 맞추기 위해 코르셋이나 성형수술, 남성은 보디빌딩 등으로 몸을 학대하더군요. 그건 몸과 삶에 대한 철학이 없기 때문이고 철학의 부재는 무서운 재앙을 가져올 겁니다.”

이씨는 ‘철학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인가 판단하는 기준을 세우는 힘’이라면서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남의 생각을 무조건 받아들이고 결국 지배받게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버튼만 누르면 보이는 가상세계가 진짜 세계라고 믿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가치관이 무너져가는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한국은 성형대국입니다. 이제 패션은 물론 모든 문화상품에 우리의 철학과 색깔이 담겨야 합니다. 창조경제를 강조하지만 창조는 철학에서 나옵니다. 이제 정치·경제·문화 모든 분야에서 생각하며 사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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