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평창 D-1000, 분산 개최 결정 골든타임

2015.05.15 21:07 입력 2015.05.15 21:14 수정
이현정 | 국토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

[기고]평창 D-1000, 분산 개최 결정 골든타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10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삼수 끝에 유치한 동계올림픽이 이제 3년도 채 남지 않았는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기존의 대형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벌어졌던 것들과 매우 유사하다. 올림픽 주최 측은 사업의 경제성과 국격, 매몰비용을 들며 사업을 강행하고, 분산 개최 등 사업방향의 선회를 요구하는 쪽은 환경파괴와 경제효과 추정의 허구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동일한 논쟁이 벌어졌던 사업들은 현재 어떤 모습일까.

새만금사업의 경우 소실된 갯벌의 가치를 차치하고, 경제성 평가만을 봐도 ‘밑 빠진 독’이라고 할 만하다. 공동조사단이 총 사업비 약 3조원의 비용을 기준으로 비용편익분석을 한 결과, 시나리오에 따라 편익이 비용의 최대 3.81배에서 최소 1.25배로 산출됐다. 이마저도 법원 감정촉탁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성 평가에서 왜곡 평가의 예로 교과서에 실려도 좋을 만큼” 의도적으로 편익은 부풀리고 비용은 제외시켜 나온 결과이다. 심지어 수질개선 항목은 비용이 아닌 편익으로 포함됐다. 경제성 평가 이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끊임없이 변경되고 있는 새만금 기본계획에서 총 비용은 22조2000억원까지 늘어났다. 그중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던 수질개선 비용으로만 초기의 총 사업비에 근접하는 2조9000억원이 책정됐다. 이 역시 향후 얼마든지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편익은 어떠한가. 투자율이 매우 낮아 2018~2022년을 민간투자 확산단계로 설정한 것을 보면, 미래의 편익을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4대강 사업의 경우도 22조원을 투자했지만, 물부족 지역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아 이를 근거로 전국에서 댐건설 계획을 다시 추진 중이다. 사업 구간에 남은 것은 극심한 녹조와 정체된 강뿐이다. 더 큰 문제는 사업을 추진할 때와 평가하고 책임져야 할 때의 태도 차이다. “강이 동맥경화에 걸려서 준설을 해야만 한다”던 4대강 사업의 홍보 문구는 협박하듯 연일 TV에 등장해 많이 알지만, “대규모 준설은 환경적인 측면에서 타당성이 낮”으며 “남조류 대량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보 건설에 따른 체류시간 증가”라는 국무총리실 산하 조사평가단의 사업평가 결과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업을 추진해 직접적으로 경제적인 이익을 얻는 소수는 뒷감당에 관심이 없다. 이익은 그들 소수가 가져가지만, 손해는 우리 모두가 보는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된 이슈들도 예의 사업들과 다르지 않다. 초기 8조8000억원이던 사업 예산은 전체 공정률이 미미했던 2014년 말 이미 13조원까지 뛰었다. ‘경제적 효과 평가’에서 추정한 직접적인 효과 21조원에는 정부 지출 3조원 등 비용까지 넣어 비난을 받기도 했다. 나가노의 사례를 보면 향후 유지 관리의 경제적인 문제는 훨씬 심각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보다 나은 대안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환경적인 면에서 최고의 쟁점이 되고 있는 가리왕산 활강경기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벌목률이 높다고 해도, 나무를 키우는 토양과 물의 체계는 아직 온전하다. 그러나 공사가 더 진척되어 슬로프와 리프트를 설치하기 위한 절성토 토목공사, 인공눈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댐·관로 설치를 하고 화학물질을 살포하기 시작하면 토양과 지하수, 주변 생태계는 완전히 교란될 것이다. 이러한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지금이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이러한 두 가지 문제를 모두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분산 개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아젠다 2020’을 통해 분산 개최의 효용성을 인정한 바 있다. 다만 조직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로써 모든 책임은 온전히 조직위원회의 몫이 됐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강원도의 재정파탄과 환경파괴로 이어져 국제적인 수치로 남지 않게 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조직위원회의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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