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전관들

2016.07.01 21:06 입력 2016.07.01 21:19 수정
홍재원 사회부

[기자칼럼]지옥의 전관들

천당과 지옥 사이에 소송전이 벌어지면 지옥이 무조건 이긴다는 법조계 농담이 있다. “변호사들이 전부 지옥에 가 있기 때문”이란다. 그만큼 변호사들 스스로 ‘우리처럼 악랄한 자들도 없을 것’이라고 자조하는 농담이지만, 전관 변호사들의 행태를 보면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검찰 출신인 한 전관 변호사는 “누가 홍만표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나. 액수의 차이일 뿐 방식은 똑같다. 나를 포함해 우리 모두 죄인”이라고 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도입되고 변호사 2만명 시대가 열리면서 파리 날리는 변호사 사무실이 늘었다. 그러나 전관 변호사들은 여기에서 제외된다. 특히 검찰 출신들은 친정과 협업하며 떼돈을 번다.

ㄱ전관은 정적을 구속시켜주겠다며 의뢰인에게서 거액을 받았다. 그는 검찰 시절 ‘데리고 있던’(부하였던) 수사검사에게 강력한 수사를 주문한다. 수사검사는 선배 변호사의 부탁대로 의뢰인의 정적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ㄱ씨는 돈을 받는다. 일사천리로 처리되면 전부 꿀꺽하고, 만약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면 절반쯤 돌려준다.

어떤 검사는 피의자를 검사실에 불러놓고 ㄴ전관을 면담시켜주며 “이 변호사를 고용하라”고 한다. 피의자에게 이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다. ㄴ씨 역시 피의자에게서 거액을 받는다. 검사는 피의자를 최대한 선처한다. 이런 일이 충분히 벌어질 수 있고 실제로 심심찮게 벌어진다는 걸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검찰의 재량이 지나치기에 가능한 일이다. 검찰은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을뿐더러 압수수색, 계좌추적, 체포, 구속영장 청구 등 사람을 괴롭힐 수 있는 수단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범죄 수사를 위한 권한이지만 악용될 소지도 충분하다. 전관들 시각에서는 검찰이 움직여야 법조 시장의 큰 ‘판때기’가 열린다.

ㄱ·ㄴ전관의 움직임은 흔적도 남지 않는다. 전관이 수사단계에서 변론을 맡으면 고객과 수사팀 외에는 선임 사실 자체를 아는 사람이 없다. 판결문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카더라’로 몰리기 딱 좋은 밑바닥 증언만 돌아다닐 뿐이다.

검사장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는 오피스텔이 몇 채인지도 세기 어려울 정도로 거액을 벌었다. 현직을 낀 사업이 아니라면 이처럼 돈을 쓸어담을 수 없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그가 이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활동을 했는지 외부에서는 알 길이 없다. 전관과 현직 검사들의 밀월은 그들만의 비밀이다. ‘정운호 사건’만 해도 내부 갈등에서 비롯된 최유정 변호사 측의 어설픈 폭로전(고소)이 없었다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가 생겨도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셀프 틀어막기’를 하면 그만이다.

이런 현실이 검찰엔 도움이 될까. 돈 앞에 장사 없다고, 전관은 늘 집요하게 달려든다. 모시던 전관이 부탁하면 외면하기 어려운 게 검찰의 생리다. 심한 전관은 ‘검찰 쪽에 남아 있는 친구들에게 얘기해 너를 이번 인사에서 날릴 수 있다’고 협박도 한다. 후배는 버틸 재간이 없다. 수사는 더 이상 수사가 아니게 된다.

수사단계에서 이뤄지는 변론 과정을 철저히 공개해야 한다. 이는 수사기록 투명화를 전제로 한다. 이런 조치 없이는 고위 검찰 출신 전관과 검찰의 커넥션을 막지 못한다. 검찰 스스로 결단하지 못하면 법제도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아울러 큰 틀에서는 검찰의 독점 기소권을 분산하고 검찰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적잖은 전관들은 지옥 아니라 더한 곳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은 ‘어차피 진흙탕 세상, 돈이나 뜯어먹자’고 작심한 확신범들이다. 이들의 뒤엔 검찰이 있다. 이런 공생 구조가 사회정의에 얼마나 큰 타격을 가하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절망에 빠뜨리는지 검찰만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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