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007작전 하듯 ‘최순실 증거’ 인멸…“3기관 도움 없이 불가능”

2016.10.25 06:00

기자들 도착 전 독일서 종적 감추고 호텔·주택은 매물로

카페 테스타로싸·더블루K 등 국내도 신속히 주변 정리

<b>최순실 모녀가 살던 독일 집</b> 최순실씨 모녀가 최근까지 거주한 것으로 보이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도시 슈미텐 그라벤 비젠벡 8번지 주택. 연합뉴스

최순실 모녀가 살던 독일 집 최순실씨 모녀가 최근까지 거주한 것으로 보이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도시 슈미텐 그라벤 비젠벡 8번지 주택. 연합뉴스

최순실씨 모녀가 검찰 수사를 앞두고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연일 국내외에서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증거인멸과 야반도주를 반복하고 있다. 언론이나 수사기관보다 반보 빠른 실행력에 비춰볼 때 ‘제3의 기관’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최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는 외부인의 발길이 자신들의 거처가 있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도시 슈미텐에 닿기 전인 지난 15일 무렵 종적을 감췄다. 국내 언론사 기자들이 현지에 도착했을 때 주택 안에는 라면과 과자 봉지 등 쓰레기만 널브러져 있었다. 이들의 ‘수족’ 역할을 했던 조력자들의 숙소로 추정되는 인근 비덱 타우누스 호텔에도 적막이 흘렀다. 정씨가 여러 마리 키운 것으로 알려진 개와 고양이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이 호텔은 최씨가 실소유주인 독일 스포츠 컨설팅 회사 ‘비덱(Widec)’과 ‘더블루K’가 법인 주소로 사용한 곳이다.

청소를 하지 못하고 급히 떠난 탓인지 집 안 구석에 라면과 과자 봉지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연합뉴스

청소를 하지 못하고 급히 떠난 탓인지 집 안 구석에 라면과 과자 봉지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에는 미르·K스포츠 재단을 통해 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더블루K 현지 법인 대표가 최씨의 측근 고영태씨에서 교포 변호사 박모씨로 바뀌었다.

21일에는 5~6명의 조력자가 최씨 모녀가 사라진 현장에 다시 나타났다고 한다. 이들은 카메라 플래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벽과 심야를 틈타 집 안에 남은 흔적들을 정리했다. 일부 짐은 차를 이용해 실어나가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철수와 동시에 주택과 호텔은 현지 부동산에 매물로 나왔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독일은 테러 위협 때문에 보증인이 불확실하면 외국인에게 부동산을 매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씨가 독일에서 수행팀을 이끌고 왕성하게 활동했다는 점에서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 등에서 이 같은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국내에서도 최씨의 행적을 감추기 위한 ‘주변 정리’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9월 초 최씨가 정·재계 인사들과 접촉해온 서울 논현동 ‘테스타로싸(Testa Rossa)’ 카페가 문을 닫았다. 비슷한 시기 최씨가 ‘회장’으로 불리던 더블루K 한국 법인도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최씨의 신사동 건물에서도 지난주 수상한 일이 벌어졌다.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건물 5~7층에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들이 밤늦게 찾아왔다. 이들은 입실 후 한참 뒤에야 검정 쓰레기봉투에 갖은 물건들을 챙겨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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