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귀국 하루 전 친인척 비리 의혹...동생, 미국에서 뇌물 혐의 기소

2017.01.11 05:46 입력 2017.01.11 15:23 수정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동생과 조카가 미국 법원에 뇌물 혐의로 기소됐다. 로이터는 10일(현지시간) 반 전 총장의 동생 기상씨(69)와 조카 주현씨(38)가 베트남에 있는 8억달러(약9600억원) 상당의 복합건물 판매를 위해 중동 관료에게 뇌물을 주려고 한 혐의로 맨해튼 연방법원에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주현씨는 뉴욕에서 부동산 중개인 활동을 했고, 기상씨는 경남기업 고문을 지냈다.

주현씨는 현재 구금 상태이며 곧 법정에 출석할 것이라고 프리트 바라라 맨해튼 법원 대변인은 밝혔다. 이번 기소는 반 전 총장이 지난달 31일 임기를 마친 직후 이뤄졌다.

반기문, 귀국 하루 전 친인척 비리 의혹...동생, 미국에서 뇌물 혐의 기소

기소 내용에 따르면 경남기업은 2013년 유동성 위기를 겪었고 주현씨에게 500만달러 커미션을 주고 ‘랜드마크 72’라는 베트남 복합건물 투자자 알선을 요청했다. 주현씨와 기상씨는 중동 관료에게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로 이 건물을 구입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뇌물을 주기로 계획을 세웠다.

뇌물 전달을 위한 브로커는 예술·패션 컨설턴트라고 자평하는 말콤 해리스(52)라는 인물이었다. 해리스는 뉴욕 브루클린과 맨해튼에 거주하는 블로거로, 중동 왕족과 연결고리가 있다고 자랑해왔다. 주현씨와 기상씨는 해리스와의 대화를 통해 50만달러를 먼저 뇌물로 주고 나머지 200만달러는 판매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전달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리스는 중동 관료와 연결 고리도 없이 50만달러를 착복했고, 경남기업은 결국 한국에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기상씨 부자와 해리스에게 적용된 혐의는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 돈세탁, 온라인 금융사기, 가중처벌이 가능한 신원도용 등이다. 이들 외에 우상(존 우)이라는 인물도 FCPA 위반 모의 혐의로 함께 기소됐으나, 어떤 식으로 가담했는지는 적시되지 않았다.

BBC 등 외국 주요 언론도 반 총장의 동생과 조카의 뇌물 혐의를 보도했다. BBC는 39쪽이나 되는 기소장에 “반 총장의 동생과 조카가 뉴욕에서 유엔 총회가 열리는 기간 동안 해당 중동국가의 정상과 면담까지 하려고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바라라 대변인은 BBC에 “이번 뇌물 사건은 정직하고 투명한 사업을 믿는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것”이라며 “뉴욕에서 이런 국제적 부패사건은 미국 법에 따라 엄벌에 처해진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해리스가 뇌물로 받은 50만달러를 고급 레스토랑 식사비, 호텔 숙박비, 아파트 펜트하우스 월세 등으로 탕진했다고 보도했다. 해리스는 주현씨에게는 해당국의 관료와 돈을 주고받은 것처럼 허위 e메일과 서류를 준 것으로 전해졌다. 주현씨는 해리스와 주고받은 e메일에서 50만달러 뇌물을 ‘장미’로 표현했다. 또 “아버지와 나는 우리 가족 때문에 이런 일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어서 ’장미‘가 합법적인 것처럼 보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도 했다.

베트남 초고층 빌딩인 랜드마크 72는 48층짜리 아파트 2동과 72층짜리 업무동 1동으로 이뤄진 주상복합건물이다. 2012년 완공 당시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베트남  랜드마크 72|위키피디아

베트남 랜드마크 72|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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