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2013.03.31 22:07
권우영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돈을 빌리는 대가…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기간·신용 고려 결정

은행에 빚을 많이 진 사람들은 저금리 시대가 싫은 것만은 아니다. 여유자금이 있는 사람들은 ‘돈 굴릴 곳이 없다’고 아우성이지만 저금리로 다달이 나가는 이자부담이 그나마 덜하기 때문이다.

대출이 많은 이들은 한국은행이 매달 결정하는 기준금리가 은근히 더 낮아지기를 바라면서 빚 갚기에 여유를 부리기도 한다. 그러나 여윳돈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금리(이자) 민감도’가 높아졌다. 어느 은행에서 0.5%포인트 우대금리를 더 준다고 하면 당장 몇년간 거래해온 주거래은행을 바꾸고 상품도 갈아치운다. 저금리로 금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결정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결정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물가·경제 여건에 따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정해
시장금리는 기간 기준 단기·장기 시장금리로 나뉘어
대출금리는 신용이 좌우… 예금금리는 은행 자금사정 감안

금리는 돈을 빌리는 데 따르는 대가를 말한다. 일반 상품을 거래할 때 가격이 있듯 자금의 거래에서 형성되는 가격이 바로 금리이다. 금리는 크게 자금 수요자가 자금이 모인 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할 때 적용되는 ‘시장금리’와 은행에서 자금을 거래할 때 적용되는 ‘예금 및 대출 금리’가 있다.

금리는 자금을 빌리는 기간과 자금을 빌리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다르게 결정된다. 자금을 빌려주는 기간이 길수록(기간 프리미엄), 또한 빌리는 사람의 상환능력 즉 신용도가 불확실할수록(신용 프리미엄) 금리는 높아진다. 지난해 학력이나 결혼여부 등에 따라 은행들이 금리를 차별해 문제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금리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책금리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다. 한국은행은 물가와 경제여건에 따라 기준금리를 높이거나 낮춘다. 기준금리가 변하면 이에 맞춰 시장금리와 은행의 예금 및 대출금리 등이 줄줄이 바뀐다.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매월 결정해 발표한다.

시장금리는 자금을 빌리는 기간, 즉 만기가 1년 미만인가, 1년 이상인가를 기준으로 ‘단기시장금리’와 ‘장기시장금리’로 나뉜다. 대표적인 단기시장금리는 콜금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기업어음(CP) 금리 등이다. 이들은 금융기관이나 우량기업 등 자금거래가 많고 신용도가 높은 거래자 간에 자금이 일시적으로 부족할 때 조절하는 과정에서 결정된다. 예를 들어 콜금리는 은행이 하루나 이틀간 초단기로 돈을 빌릴 때 적용된다. 장기시장금리에는 정부가 자금을 조달할 때 발행하는 채권인 국고채, 일반회사가 은행을 통하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때 발행하는 회사채 등 만기가 1년 이상인 채권금리 등이 있다.

개인과 가계의 실생활과 밀접한 은행의 예금 및 대출 금리는 어떻게 결정될까.

■ 은행의 예금 및 대출 금리의 결정 과정은?

은행은 예금 및 대출 금리를 자율로 결정한다. 대출금리를 결정할 때 은행은 대출재원으로 활용되는 예금에 지급되는 평균 예금금리를 일차적인 기준으로 삼고, 대출자의 신용도·부대비용·은행의 적정 마진 등을 가산하게 된다. 여기서 평균 예금금리에 추가되는 부분을 가산금리(spread)라고 한다. 은행마다 부대비용이 다르고, 대출자의 신용도도 다양하기 때문에 같은 만기 대출이더라도 대출자별, 은행별로 대출금리는 달라지게 된다.

은행이 대출금리를 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대표적인 지표는 CD 금리이다. CD란 은행이 고객에게 발행하는 예금증서로서 일반 예금과는 달리 양도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그동안 CD 금리를 지표금리로 사용하는 데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왜냐하면 은행은 CD뿐만 아니라 예금과 적금, 채권(금융채) 발행 등으로 다양하게 자금을 조달하는데, CD가 은행의 자금조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즉 CD 금리가 은행의 실질적인 자금조달 비용을 나타내는 적절한 지표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은행 대출금리 결정을 위한 기준 지표로 2010년 2월부터는 코픽스(COFIX: cost of funds index) 지수가 도입됐다. 코픽스 지수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은행의 주된 자금조달 수단인 정기예금과 적금, CD, 금융채 등의 여러 가지 조달금리를 평균해 계산된다. 매월 은행연합회가 국내 9개 은행을 대상으로 산출해 공시하고 있다.

은행의 예금금리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에 직원들 인건비 등 수신할 때 드는 비용과 예금보험료 등을 더하고, 은행의 자금사정 등을 감안해 결정된다. 은행들의 중장기 경영전략도 예금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후발 은행이라면 상대적으로 높은 예금 금리를 제시하여 신규고객을 증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 금리변동과 은행 수익성과의 관계는?

은행의 수익은 대출을 해줘서 받는 대출이자(수익)에서 예금자에게 지불한 이자(비용)를 뺀 예대금리차, 즉 예대마진이다. 최근에는 경기부진으로 자금수요가 많지 않고 기준금리도 낮게 유지되면서 대출금리가 크게 하락했지만 자금은 어느 정도 계속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예금금리의 하락폭은 그에 미치지 못해 예대마진이 축소되고 있다.

대출금리와 예금금리가 동일한 폭으로 변화하면, 즉 예대금리차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은행 수익성에는 전혀 변화가 없을까? 얼핏 생각하면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은행의 수익은 그 규모가 큰 기존 예금과 대출에 적용되는 금리가 좌우한다.

그런데 예금은 만기까지 금리가 확정되어 있는 고정금리가 대부분인 반면 대출은 변동금리 대출의 비중이 높다. 따라서 금리가 하락하면 지급할 이자는 거의 줄어들지 않지만 은행의 이자수입이 감소해 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진다. 최근 저금리로 은행들이 수익 내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탓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