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게임 그리고 중독

2000.07.27 17:25

인터넷방송과 컴퓨터게임이 TV 못지않은 대중오락 장르로 떠올랐다. 컴퓨터게임은 이미 청소년층 전반에 확산되었고 인터넷방송 또한 갈수록 가입자를 넓혀가고 있다. 네티즌들의 마우스 클릭 횟수가 가히 TV 리모콘을 압도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같은 신종 오락매체가 단지 꿈속의 가상현실로만 다가오는 것 같지 않다. ‘인터넷 없이는 못산다’고 외치는 N세대들. 이들은 과연 인터넷방송과 컴퓨터 게임을 어떤 방식으로 즐기고 있는 것일까. 앞질러 말하자면 상당수의 네티즌들이 컴퓨터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아예 그곳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화적 중독으로 불리는 심각한 부작용이 피부 반점처럼 퍼지고 있는 꼴이다.

한국청소년상담원은 최근 우리나라 청소년 5명 중 2명 꼴로 컴퓨터 중독에 걸려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청소년들은 그 유형에 따라 게임중독, 채팅중독, 음란물중독에 빠져있고 잠을 못자거나 밥 생각을 잃어버릴 정도의 중증환자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는 통계다. PC방에서 자장면을 시켜놓은 채 거의 탈진상태로 클릭하는 게임꾼, 친구보다 인터넷이 낫다고 주장하는 채팅마니아, 음란물을 광적으로 탐닉하는 섹스중독자들이 젊음의 상징으로 알려진 N세대들의 또다른 자화상이다.

더구나 신매체로 등장한 인터넷 성인방송은 음란성이 위험수위를 넘나들어 사회문제로까지 부각되고 있다. 성행위를 훔쳐보는 것은 물론 혼음 등 변태적 사이트가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성인채널을 진행하는 IJ(인터넷 자키)들은 자신의 몸을 보여주는 데 거침이 없고 이들 중에는 아르바이트 여대생들도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쯤되면 네티즌들의 클릭 행위를 놓고 단순히 오락을 즐기고 있다고 말하기는 곤란하지 않은가. 인간 행위는 그 강도에 따라 패턴, 습관, 중독으로 나뉜다고 한다. 패턴은 생활에 리듬감을 부여하는 질서 같은 것이고 습관은 패턴보다 구속력이 강한 반복적 행동으로, 그것을 바꾸거나 깨는 데는 특별한 의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중독은 의지만으로는 그만두는 것이 아주 어렵거나 불가능한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것을 뜻한다. 중독의 위험성은 그 영향이 자포자기로 나아가게 하는 데 있다. 자아를 상실하고 자기자신을 혐오하게 되며 급기야는 개인의 삶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사회 심리학자들의 분석이다.

특히 컴퓨터중독증의 경우 폭력성 노출, 현실과 가상의 혼동, 언어파괴, 성충동 등 다양한 폐해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독이란 원래 알코올이나 마약 등 약물에 대한 신체반응을 나타내는 의학용어였다. 그러나 눈과 손가락, 머리만을 사용하는 사이버세계의 문화적 중독은 의학적 치료를 넘어서는 고약한 문젯거리가 아닐 수 없다.

/박성수 대중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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