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앙금여전‘반쪽국회’로 출발

2000.08.01 09:24

민주당과 자민련이 31일 소집한 임시국회가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 처리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반쪽으로 출발했다. 여권은 끊어진 여야 총무라인을 5일 만에 복구, 국회 정상화 협상을 벌였으나 실패함에 따라 오후 단독으로 본회의를 강행했다.

○…본회의에서 약사법 개정안과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촉구 결의안을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20분이 채 되지 않았다. 여당은 당초 오후 4시로 본회의 시간을 잡았다가 외유 및 출장나간 의원들의 집결을 기다리느라 오후 6시로 개회를 연기했다.

동티모르를 방문중인 자민련 강창희(姜昌熙) 의원과 제주도에서 상경이 늦은 민주당 고진부(高珍富) 의원을 제외한 민주당·자민련 및 비교섭단체 의원 138명이 본회의에 참석,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일사불란하게 약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당 총무단은 이날 새벽부터 의결정족수(137명)를 채우느라 식은 땀을 흘렸다.

일본을 방문중인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는 오후 2시45분쯤 급거 귀국해 약사법만 통과시킨 직후 오후 6시45분 비행기로 일본으로 다시 건너갔다. 이만섭(李萬燮) 의장은 개회사에서 “국회는 여당의 국회도, 야당의 국회도 아닌 국민의 국회”라며 “국회에 들어오지 않으면 국회는 영원히 문 닫으라는 말이냐”고 꾸짖었다. 그는 이어 “부득이하게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민생현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을 양해해달라”며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한나라당은 1일 긴급 총재단회의를 소집, 대여강경 투쟁 방침을 재확인할 예정이다.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휴가를 하루 단축하고 당사에 출근, 총재단회의와 의원총회를 주재하며 대여 강경 원칙을 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제조건으로 내건 민주당의 사과와 국회법 개정안 처리 원천무효 선언이 없는 한 국회를 외면한다는 비난을 받을지라도 이번 기회에 야성(野性)을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태도다. 주진우(朱鎭旴) 총재비서실장은 “이총재가 타협하거나 양보하면 내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말했으며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이번만큼은 쉽사리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우규기자 banc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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