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히텐슈타인 ‘사정 칼날’

2000.09.01 19:22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사이에 위치한 유럽의 소국, 리히텐슈타인이 ‘돈세탁 천국’이라는 악명을 떨쳐내기 위해 사정 칼날을 바짝 세웠다.

리히텐슈타인 당국은 거물급 변호사 허버트 배트라이너(71)에 대해 콜롬비아 마약 자금을 돈세탁하는데 간여한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고위판사 출신인 배트라이너는 역외 시장에 정통한 인물로 오스트리아, 스위스, 독일 등의 정·재계 인사들과도 폭넓은 교류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정식 기소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이번 조사를 시작으로 돈세탁 연루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면적 160㎢, 인구 3만2천여명으로 납세와 국방의 의무가 없는 영세중립국 리히텐슈타인은 그동안 돈세탁을 묵인하고 있다는 국제적 비난에 시달려왔다.

지난해 11월 독일 연방정보국(BDN)은 주요 정부기관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리히텐슈타인의 금융기관과 정부가 결탁, 러시아와 콜롬비아 등 국제범죄단체의 검은 돈을 세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월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돈세탁 추방에 비협조적인 국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리히텐슈타인은 최근 정부관료와 변호사 등을 조사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검사인 로버트 왈너를 특별검사로 스카우트했다. 화이트칼라 범죄를 전담할 경찰요원을 특채하고 감옥도 신축하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성지영기자 eric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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