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물 살균에만 30억달러’

2001.11.01 19:58

미국이 테러위협에 따른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비행기의 납치나 폭발을 방지하기 위한 검색에 대거 인력을 투입하고 탄저병 예방을 위해 각종 우편물에 대한 소독에 나서는 등 추가 테러방지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여기에다 수시로 테러경계령이 떨어지면서 국민들 가운데 정신적인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테러사태 이후 미국은 국가 재정의 상당 부분을 국가의 경제적 발전이 아닌 소모적인 부문에 어쩔 수 없이 쏟아붓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1일 미 정부가 공항을 테러로부터 막기 위해 위해 투입해야 하는 비용을 90억달러로 추산했다. 지난 9월 테러사태 이후 연방정부가 공항경계를 맡아 ‘무기’로 분류되는 손톱깎기와 포크 등을 압류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으로는 엄청난 규모다.

이와함께 미국 우정국은 최근 전자파를 이용해 미국내 우편물의 탄저균을 살균하는데 3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다 공공기관 및 일반 기업의 사무실 경호비용을 합하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미 경비업체인 ‘콘트롤 리스크 그룹’ 알만도 라바 부사장은 “기업의 안전담당자들은 300% 예산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안전경비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이같은 비용의 상당 부분이 정부의 재정에서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대기 위해 장기간 경제가 번영하고 정부의 재정이 넘치는 상황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제아무리 세계 제1위 경제대국이라해도 최근 경제침체에 빠져들고 있는 있는 상황에서 이를 감당하기는 힘겹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심리적인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미국은 탄저병 공포로 바닥에 흘린 설탕가루에 놀라고 월드트레이드센터 폭발로 터빈을 쓴 사람들에게 아무런 이유없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이슬람국가를 경유하는 비행기 승객에 대해 공항에서 장시간 검색을 하는 나라가 됐다. 이와함께 수천명의 사람들이 탄저병 증세와 유사한 감기증세가 혹시 탄저병인지 검사를 받기 위해 응급실로 몰려들면서 촌각을 다퉈 수술대에 올라야 할 환자가 몇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미국 국민들은 이와함께 연거푸 초비상경계령이 내려지면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애시크로프트 법무장관은 “새롭고 긴박한 위험에 미국사회가 놓여 있다”며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또 전 FBI 테러전문가인 제임스 칼스톰은 “미국인은 사주경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사회는 항공기 테러 및 탄저병 확산의 공포 앞에서 이솝우화 ‘늑대와 소년’을 연상케 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박종성기자 pjs@kyunghyang.com〉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