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악마 VS 코팀파 ‘16강 한마음’

2002.06.01 18:34

‘경기장에서는 한 식구, 장외에서는 라이벌’.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 축구대회의 막이 오르면서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 응원단의 양대 축인 ‘붉은 악마’와 ‘코리아 팀 파이팅(코팀파)’의 응원전도 불을 뿜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 우리 팀의 첫 승리와 16강 진출이다. 경기장 안에서는 우리 팀을 응원하는데 너와 내가 따로 없다.

하지만 경기장 밖 길거리 응원 등의 행사에서는 서로 다른 장소에서 응원을 펼쳐 라이벌임을 숨기지 않는다. 두 응원단끼리의 라이벌 의식은 양측의 후원사가 이동통신의 양웅인 SK텔레콤과 KTF여서 더욱 팽팽하다.

지난 1997년 발족해 회원이 12만여명에 이르는 선발주자인 ‘붉은 악마’는 SK텔레콤의 후원으로 한국전이 열리는 오는 4일과 10일, 14일에 경기장 뿐만 아니라 서울 강북의 대학로와 광화문 인근에서 길거리 응원전을 펼친다.

지난해 11월 KTF의 후원으로 공식 출범한 ‘코팀파’는 불과 7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회원을 7만5천여명으로 늘린 여세를 몰아 한국팀 경기 때 서울 강남의 코엑스몰 인근에서 대규모 응원전을 벌일 계획이다

양측이 각기 다른 곳에서 응원전을 펼치는 가장 큰 원인은 후원업체인 두 이동통신사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여온 라이벌이어서 같은 장소에서는 각자 자사 제품을 마음껏 홍보하기가 힘들기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양사가 내세운 광고모델도 영화배우 중 신구세대를 대표하는 한석규와 안성기이다. 양 응원단 사이의 미묘한 자존심 대결도 한 이유이다. 붉은 악마 회원 홍성권씨(29)는 “응원 열기와 축구 사랑은 우리 못지 않겠지만 그래도 축구 대표팀 응원단은 우리가 원조”라고 밝혔다.

그러다보니 경기장 안에서도 복장과 응원구호 등이 달라 불협화음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 우리 대표팀이 크로아티아와 벌인 평가전에서는 하프라인을 중심으로 양쪽 골대 뒤에서 서로 다른 구호를 외쳐 일반 관중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기도 했다. 상의가 붉은 점은 같지만 붉은 악마는 가슴에 ‘Be The Reds’라고, 코팀파는 ‘Korea Team Fighting’이라고 적어 차별화하고 있다

하지만 양측은 이번 월드컵 기간중 경기장내 응원에 한해 한 목소리로 응원키로 했다. 코팀파가 경기장에서 엇박자를 내지 않기 위해 응원 구호를 이제까지의 ‘코리아 팀 파이팅’ 대신 붉은 악마의 ‘대~한민국’으로 하기로 한 것이다.

코팀파 정승원회장은 “처음에는 서로 관계가 미묘했던 게 사실이지만 함께 응원하다 보니 서로 인정하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다”면서 “경기장을 붉은 물결로 가득 채우는데 너와 내가 따로 있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조현철기자 cho197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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