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운동가 살려주세요”

2003.01.02 18:47

국내에 머물고 있는 미얀마의 민주화운동가가 우리 정부의 난민지위 인정이 늦어지면서 수술도 못받은 채 사경을 헤매고 있다.

르윈(37)은 미얀마 전국학생회연합 간부를 지내며 민주화운동을 벌이던 1996년 군사정권의 탄압을 피해 한국에 입국했다. 수원의 전자제품 공장에서 일자리를 마련한 르윈은 곧바로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ational League for Democracy, NLD) 한국지부를 결성, 미얀마 군사정권의 인권탄압 실태를 전세계에 알리는 일에 매달렸다.

그러나 2001년 4월 갑자기 높아진 혈압으로 쓰러진 그에게 말기 신부전증 판정이 내려졌다. 그는 뜻있는 한국의사들의 도움으로 달마다 2백만원씩 들여 1주일에 3차례씩 혈액투석을 받아 연명해 왔다. 또 NLD 동지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그를 도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병세 악화로 그나마 어렵게 됐다. 빨리 신장이식수술을 받아야 목숨을 건질 수 있을 정도로 병세가 악화됐지만 신장을 이식해주겠다는 사람도 찾기 힘든 데다 그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르윈에게는 캐나다, 호주 등지에서 해외 미얀마 민주화운동조직 동지들이 신장이식 수술을 해주겠다고 발벗고 나선 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열린 난민인정협의회에서 그를 포함한 NLD 활동가 3명에 대해 난민인정 여부 결정을 유보, 르윈은 수술을 받기 위한 출국길도 막혀 있는 상태이다.

르윈의 NLD 동지인 샤린(34)은 “르윈은 건강을 회복하면 다시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전력하고 싶어한다”면서 “한국인들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거나 조속한 난민 인정으로 외국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현기기자 n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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