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유일한 어린이드라마‘매직키드 마수리’

2003.05.01 19:11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동요는 ‘하늘나라 동화’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MBC ‘창작동요제’ 제작진이 네티즌 4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하늘나라 동화’가 59표를 얻어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요로 뽑혔다.

“수리수리 마수리?” 아니다. “매직키드 마수리!”다. ‘매직키드 마수리’(KBS 2TV 월~금요일, 오후 6시30분)는 국내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가운데 유일한 어린이 드라마이자 인기 드라마. 동 시간대 만화 등 어린이 프로그램 시청률이 1~2%대에 머무는 데 비해 ‘매직키드 마수리’는 평균 10%를 상회한다.

어린이들에게 ‘짱’인 이 드라마 열풍은 장외에서도 잘 나타난다. 최근 KBS 교향악단이 마련한 ‘매직키드 마수리와 함께 떠나는 음악여행’은 티켓 발매 하루만에 전 좌석이 매진돼 예정에 없던 앙코르 공연까지 마련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의 ‘마수리 목걸이’와 ‘마수리 반지’ 등 캐릭터도 어린이들 사이에 단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KBS 아트센터가 내놓은 ‘마수리 목걸이’ 2,000개가 순식간에 동이 났다. 현재 KBS 아트센터 내에는 마수리 캐릭터팀이 따로 만들어져 토종 캐릭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커져라! 세져라! 얍!!

‘매직키드 마수리’는 인간 세상에 내려온 마법사 가족의 이야기이다. ‘마수리네’로 불리는 이들 가족은 혼란에 빠진 마법세계를 구하기 위해 자기들보다는 능력은 떨어지지만 사이좋게 살아가는 인간세계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특파됐다. 이들은 인간가족을 대표하는 ‘이슬이네’ 이웃에 살면서 마법사들에게는 없는 ‘감정’과 ‘사랑’을 배워간다.

지난해 2월18일 첫선을 보인 이 드라마는 원래 6개월 100회 예정으로 기획됐지만 1년을 넘겨 방송되고 있다. 어린이는 물론 중·고생에 이르기까지 인기를 불러 모으자 당초 예정을 바꿔 연장된 것이다. 방송사의 일일극이 6개월을 이어가기 힘든 사실에 비춰보면 이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마법’에 걸린 것처럼 ‘뚝딱’ 태어났다. 2001년말 어린이 드라마 ‘요정 컴 미’의 종영을 앞두고 방송사는 후속작으로 ‘수호천사’를 기획했다. 제작진은 시놉시스를 마련하는 등 드라마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 와중에 ‘수호천사’ 제작이 돌연 취소되고 말았다.

제작진은 대안 마련에 몸이 달았다. 시간도 없었다. 이때 나타난 수호천사가 작가 권인찬씨(42). 심재권 프로듀서(34)와 권 작가는 새 드라마에 대해 논의하던 중 ‘마법사 이야기’를 해보자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어린이 시각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권 작가는 이미 오래 전에 준비해 놓은 듯 척척 대본을 써냈다.

이렇듯 급하게 제작되었지만 드라마는 첫회 방송에서 7~8%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탄탄대로를 달렸다. 그러던 중 또 위기가 닥쳤다. 연장방송이 결정된 것이다. 제작진은 부랴부랴 새 학년이 된 마수리의 친구들을 새롭게 구성하고, 마수리네(오승윤·윤영아·김성겸 등)와 이슬이네(김희정·한보배·이두경 등)를 합쳐야 했고, 또다른 사건을 만들어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마수리 부모 역을 맡았던 김규철과 김나운이 마법세계로 돌아가는 것으로 설정되면서 드라마를 떠나야 했다.

#아이들의 생각에 ‘꿈’을 뿌리는 사람들

‘매직키드 마수리’가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데에는 ‘마법’이라는 장치가 큰 몫을 차지한다. 아이들의 가슴과 생각속에는 항상 자기보다 더 크고 힘 센 것에 대한 동경이 가득하다. 친구를 ‘왕따’시키는 얄미운 아이를 혼내주고, 어려운 시험문제를 척척 풀고, 돈 걱정으로 잠을 못이루는 아빠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어 주고 싶은 게 아이들의 심리다. 아이들은 ‘마법의 목걸이’만 있다면 이 모든 일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매직키드 마수리’의 소품들에 열광하고 그러한 것들을 자신이 지니는 것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다.

‘매직키드 마수리’의 인기는 100여명의 스태프들의 땀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심PD와 권작가는 이 드라마의 일등공신이다. 특히 심 프로듀서는 ‘누룽지 선생과 감자 일곱개’(98년) ‘요정 컴 미’(2001년) 등 줄곧 어린이 드라마를 만들어온 ‘어린이통’이다. 노총각인 그가 어떻게 그토록 어린이들의 심리를 잘 대변하는지. 심 프로듀서는 그 공을 ‘기러기 아빠’인 권 작가에게 돌린다.

극중 마법사들이 보여주는 공간이동, 합체, 마법빛 등은 컴퓨터 그래픽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매일 30분씩 방송되는 일일극에서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결없이 잇는 게 이 드라마의 가장 큰 과제였는데 김광석씨(29) 등 컴퓨터그래픽(CG)팀이 이를 무리없이 해결해주고 있다. ‘돌연변이 마법사’의 저주에 걸린 마수리가 손·발·머리 등이 차례로 사라지는 장면 등 CG팀은 20초짜리 장면을 위해 24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이 드라마의 상징인 ‘목걸이’와 ‘반지’는 KBS 아트센터 디자인팀의 홍지훈씨(26) 작품이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의 매개체가 되고 있는 이 ‘목걸이’에는 달·별·은하수·무지개·회오리바람 등 아이들의 꿈과 상상을 실어나르는 갖가지 상징물이 오밀조밀하게 수놓여 있다. 이 외에도 드라마 녹화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세트팀 등 100여명의 스태프들은 어린이들의 세계에 꿈을 뿌리는 작업을 하느라 밤을 새기 일쑤다.

어린이들을 등장시키는 드라마는 많지만 ‘어린이를 생각하는’ 드라마는 드물다. 드라마가 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어린이 드라마는 ‘매직키드 마수리’뿐이다. 자녀와의 관계가 소원하다면 ‘마수리’ 이야기로 풀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달려올 것이므로.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고, 그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 영국에 ‘해리포터’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매직키드 마수리’가 있다.

/김후남기자 k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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