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식 맛 멋 바꾼 ‘주부의 힘’

2003.05.25 16:27

◇가수 싸이 엄마 김영희씨의 독특한 여름식탁 제안

‘명품의 왕국’ ‘감각의 제국’이라 불리는 서울 청담동. 어지간한 멋쟁이 아니면 명함도 못내미는 그곳에서도 김영희씨는 특별한 존재다. 카페 플로라와 퓨전요리전문점 시즌스, 그리고 한정식집 ‘프티 시즌스’까지 최근 열어 ‘한식에 대한 개념을 바꾼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이곳은 단품 메뉴없이 정식만 나오며 매일 반찬이 바뀐다. 요즘 보기 드문 방짜유기에 꽃술처럼 작게 저민 대추와 눈가루처럼 뿌려진 잣 등 유난히 고명이 많은 음식들은 보기만 해도 ‘아, 정말 정성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사장 겸 요리사인 김씨는 ‘전업 주부 30년’이란 단출한 이력서를 자랑할 뿐이다

한국음식 맛 멋 바꾼 ‘주부의 힘’

김씨는 재력가인 남편, 푸드스타일리스트인 딸 박재은에 가수 ‘싸이’로 알려진 아들 박재상 등 남부러울 것 없는 ‘사모님’. 완벽주의자인 그는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 하루 4시간만 자면서 일한다. 메뉴 선정과 재료 구입은 물론 종업원 교육, 식당 인테리어 관리, 손님맞이 등을 모두 직접 한다. 다른 식당과 달리 한정식은 유난히 손이 많이 가고 즉석에서 무치고 데워야 하는 요리들이 많아 초긴장 상태다. 그런데도 매일 가족 밥상을 직접 차려주기 위해 식당과 집을 종종걸음으로 오간다.

“돈 벌 생각만 했다면 당장 그만둬야죠. 하지만 우리 가족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맛깔스런 한국음식을 대접해드리고 싶었어요. 이젠 외국인들도 거부감없이 먹고 한국음식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한정식을 개발하는 중입니다. 행복한 표정으로 ‘다음 음식은 뭔가요’라고 묻는 손님들 덕분에 보람과 사명감까지 느껴요”

찬밥에 메밀묵과 동치미를 섞은 동치미묵밥, 잣을 듬뿍 갈아 고깃내를 제거한 육회, 밀전병에 야채와 함께 곱게 만 장어구이, 채썬 애호박 소로 만든 만두를 찬 육수에 담은 호박편수로 여름식탁을 꾸민 김영희씨. 그의 부엌은 언제나 풍요롭고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글 유인경기자 alice@kyunghyang.com/

/사진 김대진기자 m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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