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화가 만난 사람]“오케스트라 지휘는 요리”

2003.09.01 16:35

정명훈이 말하는 음악과 음식과 삶

“지휘는 요리와 비슷합니다. 재료가 같아도 언제 얼마만큼을 넣느냐에 따라 표현(맛)이 확 달라지니까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재료를 주어도 완성된 맛이 조금씩 다른 것처럼 오케스트라의 색감도 지휘자에 따라 다르죠”

[윤석화가 만난 사람]“오케스트라 지휘는 요리”

40년 넘게 해온 요리. 그는 우럭매운탕에서 게소스 스파게티까지 80여종의 요리를 주 레퍼토리로 한다. 특히 이탈리아 음식은 25년 전 정씨가 LA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있을 때 상임지휘자로 활동했던 이탈리아 지휘자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와 이탈리아 식당에 어울려 다니면서부터 심취했다. 파스타 맛에 빠진 그는 파스타 만드는 기계까지 구입해 국수를 삶아먹었다. 매운 맛을 좋아하는 그는 빨간고추와 올리브 기름을 1대 1로 넣은 고추기름을 만들어 먹는다. 아침에도 뜨거운 밥 위에 달걀후라이를 얹어 김치찌개와 먹는다. 아니면 후라이팬에 고추기름을 둘러 으깬 달걀 요리를 해먹는다.

이렇듯 요리는 가족과 음악에 이어 그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이다. 그에겐 요리와 지휘가 같은 식구이다. 맛있는 음식을 여럿이 함께 나누듯, 멋진 연주를 많은 사람이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는 요리와 음악을 통해 삶의 균형을 찾는다. 지휘자가 되지 않았다면 분명 요리사가 됐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음악용어인 ‘피치카토(Pizzacato)’의 약자 ‘Pizz’가 피자 ‘Pizza’로, ‘스피카토(Spiccato)’가 ‘Spaghetti’로 보일 때가 있어요. 주방장이 됐어도 행복했을 거예요. 몇 명의 요리사를 지휘하는 것이 100명의 개성있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시달리는 것보다 속은 편할지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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