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거식증과 대식증…둘다 ‘살찜의 공포’

2003.12.01 15:45

◇거식증

거식증올해 나이 스물둘. 여자대학 3학년생입니다. 키는 170㎝이지만 몸무게는 고작 41㎏이죠. 원래 63㎏이 정상체중이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너무 뚱뚱하다면서 놀리는 바람에…. 오기가 생겼죠. 하루 한 끼만 먹고 버텼죠. 그런데 4개월째 생리가 없었고 어지럼증, 전신무력감 등 영양결핍 증상들이 나타났어요. 그래도 너무 먹었다는 생각이 들면 입에다 손을 넣고 토하기까지 했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체중이 불어날 것 같아 매우 불안했어요. 지금도 몸무게를 뺀 건 잘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한꺼번에 20여㎏이 빠졌으니 그 후유증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가 됐죠. 결국 병원신세를 지게 됐어요. -‘거식증’에 시달리는 김하나씨(가명)의 하소연

거식증은 과도한 다이어트로 체중을 지나치게 줄이는 것이 특징으로 대식증과 함께 식사장애의 대표적인 질환이다.

[건강]거식증과 대식증…둘다 ‘살찜의 공포’

음식을 거부하기는 하지만 식욕 자체가 떨어진 것은 아니며 살찌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강하게 음식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때때로 다른 사람 몰래 게걸스럽게 많이 먹기도 하는 폭식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또 일부러 토하거나 체중을 줄이기 위해 설사제, 이뇨제 등을 남용한다.

일반적으로 거식증으로 진단할 수 있는 몇가지 사항이 있다. 우선 나이와 키에 비해 최소한의 정상 체중 이상의 체중을 유지하는 것을 거부한다(기대 체중의 85% 미만). 또 체중 미달임에도 불구하고 체중 증가와 살찌는 것에 대한 심한 공포가 있다. 특히 자신의 체중 또는 몸매에 대한 인지의 왜곡이 있다. 즉 현재 자신이 심각한 체중 미달 상태임을 부정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월경을 하는 여성에게서 최소 3개월 이상 연속적으로 월경 주기가 없다.

거식증은 흔히 10대 중반이나 20대 초반에 많이 발생하지만 다른 나이 대에도 생긴다. 여자가 남자보다 10∼20배나 많다. 왜 거식증이 생기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사회문화적 요인이 하나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많은 대중 매체들이 경쟁하듯 날씬한, 아니 깡마른 연예인들을 출연시키고 있다. 사회적으로 마치 날씬한 것이 미덕이고 경쟁력인 것처럼 사람들에게 특히 여성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는 것. 역대 미스 코리아로 뽑힌 여성들의 체형을 살펴보면 평균키는 점점 커 가는 반면 몸무게는 점점 줄어든다. 미의 기준이 점점 마른 쪽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문화적으로 왜곡된 미의 기준이 거식증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거식증은 모델이나 발레리나 같이 마른 몸이 요구되는 젊은 여성에게 가장 많다.

거식증 환자들은 대개 완벽한 것을 추구한다. 그들은 목표를 높게 잡으며 늘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만 한다고 느낀다. 대개 자신의 요구보다 다른 사람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애쓴다. 거식증 환자들은 자신의 삶 가운데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 음식과 체중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매일 아침 체중을 재서 자신이 목표 체중에 도달했는지 아니면 실패했는지 확인하곤 한다. 그들은 체중을 줄이고 그것을 확인하면서 조절감과 성취감을 느끼려 한다. 그들에게 있어 자신들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보다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대식증

대식증열아홉살입니다. 고3이죠. 키 158㎝에 몸무게는 54㎏입니다. 수능을 봤지만 점수가 안나와서 고민입니다. 부모님들은 명문대학에 들어가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죠. 이상하게도 스트레스가 쌓이면 마구 먹게 돼요. 보통사람보다 몇 배는 더 먹거든요. 한꺼번에 왕창 먹다보니 복통과 구역질이 날 때도 많아요. 매일 체중이 들쭉날쭉이죠. 끼니를 걸러보기도 하지만 이것이 스트레스가 돼서 다시 폭식을 반복합니다. -‘대식증’에 시달리는 한송이(가명)의 하소연

[건강]거식증과 대식증…둘다 ‘살찜의 공포’

대식증을 의심해 볼 수 몇가지 진단기준이 있다. 일정기간 내에 많은 양을 먹고, 그러는 동안 식욕을 자제하는 감각이 떨어져 있다. 체중 증가를 방지하기 위해 스스로 토하기, 설사제, 이뇨제, 관장, 굶기, 심한 운동 등 부적절한 보상 행동을 한다. 특히 이런 행동들이 최소한 1주일에 두차례 이상 발생한다. 이와 함께 자기 평가에 의한 몸매와 체중에 과도하게 영향을 받는다.

대식증 환자들은 대개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애를 쓰며, 일반적으로 자신감이 부족하고 안정감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그들은 자신의 감정은 숨긴 채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무엇이든지 하려는 경향이 있다. 음식이 그들에게 있어 자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유일한 수단일 때가 많다. 거식증과는 달리 대식증 환자들은 대개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스스로 치료를 받으려 하는 경우가 많으며, 거식증보다 치료결과가 좋은 편이다.

#치료 및 예방

거식증 및 대식증의 치료는 대개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거식증의 경우 심한 영양결핍으로 인해 입원 후 내과적 치료를 함께 하는 경우도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왜곡된 신체상에 대한 교정 등을 통해 정상적인 식사와 정상적인 체중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식사 때마다 자신의 감정 및 행동, 그리고 음식의 종류 및 횟수를 기록한다. 후에 이런 것들을 치료자와 함께 검토하여 왜곡된 생각을 교정하고 자기 조절을 하게 하는 식사일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약물치료는 우울증 등 동반된 증상들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한다.

거식증 및 대식증 자체를 치료하기 위해 충동을 조절해 주거나 식욕을 조절해 주는 약물들을 일부 사용해 볼 수도 있으나 약물만으로 이런 증상들을 교정할 수는 없다. 반드시 인지행동치료 등 정신치료와 병행해야 한다. 거식증 및 대식증은 대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만성적인 경과를 밟는다. 따라서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 원인이 명확하지 않으므로 거식증이나 대식증 등 식사장애를 100%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낮은 자존감, 체형에 대한 불만족, 그리고 다이어트 습관 등 거식증이나 대식증에 취약한 요인들을 미리 발견해 내서 교정해 주는 것이 좋다. 또한 ‘마른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다이어트를 부추기는 미디어 등 사회문화적 요인들을 바로잡는 것도 식사장애의 예방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도움말:김세주 교수(한림대성심병원 신경정신과)〉

〈이준규기자·보건학박사 jk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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