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게]남자, 제대로 알자

2003.12.01 16:04

나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를 가장 많이 듣는 직업 중 하나인 성형외과 의사다. 성형상담을 하면서도 여성들 마음속에 어떤 감성이 있는지 새삼 알게 된다. 하지만 남성이 여성을 모르듯 여성도 역시 남성을 너무 모르지 않나 싶다.

여자는 남자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남자는 여자를 사랑하면 변한다. 사려깊고 여자의 존재를 존중하고 그녀의 기대에 따라 행동하려 하고 감정표현도 잘한다. 그런데 그건 일시적이다.

이것이 여자를 혼란에 빠지도록 한다. 사랑할 때 적용되는 이 행동기준을 여자는 모든 남자가 항상 그럴 거라고 일반화시킨다. 사랑에 빠진 남자의 놀라운(?) 행동을 평소에도 기대하는 것에 여성들의 비극이 있다. 연애시절에 경험한 기대치로 남자를 판단하며 그 기대가 충족되지 못할 경우 그 사랑의 경험에 반비례해서 그만큼 더더욱 배반감을 갖게 된다. 여자는 눈먼 사랑의 끝에 가서야 발견되는 남자의 낯선 모습을 인격파탄으로 치부해버린다. 그리고 남자의 단점을 점점 더 많이 발견하고 사람을 잘못 본 자신을 원망한다.

여자들은 왜 남자들이 모이기만하면 학창시절, 군대시절 이야기만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요즘 어떻게 살고 고민이 뭔지 잘 말하지 않는다. 과거 영웅담을 허풍과 우스갯소리로 늘어놓는 것은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는 구실이며 핑계다. 학창시절의 커다란 희망에 비해 형편없이 초라하게 지내는 현실을 숨기고 싶어한다. 그래서 일부러 철없는 바보가면을 쓰는 것을 여자들은 모른다.

여자들은 또 남자의 초상화를 이상적으로 그린다. 리처드슨의 ‘파멜라’(1740)를 비롯해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1813)을 거쳐 쇼의 ‘피그말리온’(1913)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마이페어 레이디’, 그리고 통속버전의 ‘귀여운 여인’에 이르기까지 신데렐라 도식은 21세기에도 계속되고 있다. 여자들은 째째한 성격의 남자를 싫어하며 돈에 대해서 대담하고 유머가 풍부하고 즐길 줄 아는 남자를 좋아한다. 하지만 실제 대부분의 남자는 그렇지 않다. 세상의 각박함과 생존경쟁에 시달려 왜소해지고 찌들려있다. 사회에서는 퇴출될까 두려워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가정에 들어와서도 자신의 처지나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정평화라는 명제속에 혼자 고독하게 두려움을 되씹고 있다.

여자가 남자를 충분히 이해하고 접근했을 때 비로소 여자는 희망을 현실의 토대 위에 세울 수 있다. 또 그렇게 한 후에야 여자는 남자를 포용하게 되고 그의 결점을 수용하면서 그를 사랑할 수 있다. 남자와 여자가 진정 사랑을 할 때 이 세상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선해지고 밝아지는 사회가 올 것이다. 사랑하고 상대편에서 이해하면 모든 일들이 해결되지 않을까.

〈김삼/성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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