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논술가이드]사법부 영역의 한계

2005.02.01 17:22

삼권분립의 원리에 충실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분쟁이 발생하고 이해관계가 부딪힐 경우 사법적 판단을 구하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다. 그러다보니 모든 분쟁과 갈등의 최종적 판단의 권위가 사법부에 있다고 보는 경향이 한층 강해진 것 같다. 지난 한 해 국민적 이목을 집중시켰던 두 가지 헌법재판소의 판결(대통령 탄핵 건과 행정 수도 이전 건)을 보면 이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독재 정권이 득세했을 때는 행정부의 권력이 과잉 행사됐듯이 최근 일련의 사법 소송을 보면 사법부의 권력이나 권한이 과잉 행사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사법부의 판결은 삼권분립의 원리상 최종적 결정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행사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

사회는 다양한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영역마다 고유한 가치 기준이나 규범에 따라 움직인다. 사법부는 고유 영역들의 사회적 활동이 그 영역의 한계를 벗어나 공동체의 조화를 깨뜨리거나 구성원의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에 그에 대한 법적인 중재나 제재를 그 영역으로 한다. 말하자면 사법부는 특정한 영역에 참여해서 적극적으로 그 영역의 고유한 규범이나 가치 기준을 규정하고 간섭하는 데에서 그 역할을 찾아서는 안 되고, 특정 영역이 그 한계를 넘어설 때 제재를 가할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은 또한 사법부의 한계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법원이 영화 ‘그때 그 사람들’에 대한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에 관하여 영화 앞뒤에 삽입된 다큐멘터리 장면을 삭제처리한 후에 상영하도록 판결을 내린 것은 이런 사법부의 한계를 벗어난 과잉 간섭이라 할 수 있다. 법원은 “(영화의 시작과 끝의) 흑백 다큐멘터리 장면을 그대로 두면 실제 인물을 소재로 채용했지만 감독의 창작력에 의해 영화적 허구로 승화됐다는 판단을 유지하기 곤란하다”고 했는데, 이는 사법부의 한계를 벗어난 판단이라고 본다. 먼저 영화에서 다큐멘터리 장면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영화나 예술의 비전문가인 법관이 판단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아니할 수 없다. 이는 법원이 영화라는 고유 영역의 가치와 규범에 대한 과잉 간섭에 해당한다. 이런 점에서 헌법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약을 법원이 가한 것이다.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이 1979년 10월 26일에 벌어진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다큐멘터리 부분을 삭제함으로써 영화 관객들에게 사실과 허구를 혼동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이다. 이런 태도는 관객들의 수준을 어린 아이 정도로 보는, 다시 말해 국민을 아직도 미몽(迷夢) 상태에 있는 계몽의 대상으로 보는 비민주적 태도에서 나온 것이라고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국민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상 최종적 결정이라는 데에 있다. 만약 이를 부정하면 민주주의는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사법적 권력의 과잉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사법부가 모든 영역과 분야에서 유일한 가치 판단의 규정자로 나서서는 안 된다.

〈최윤재 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 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klogica@hanmail.net)〉

1.‘화씨 911’에 비추어 ‘그때 그 사람들’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평가해 보라.

2. 권력이 사회 영역에 간섭할 수 있는 한계를 지적해 보라.

3. 사법 과잉에 대해 실례를 들어 논의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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