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기행

‘화랑’의 제조기법

2005.11.01 15:48

‘주류산업은 그 나라 BT(생명과학)산업의 모체다.’

[전통주 기행]‘화랑’의 제조기법

화랑을 처음 만든 경주법주(주) 하현팔 전무(56·농학박사·사진)는 미생물의 기능이 술의 품질을 결정짓는다고 강조한다.

하씨는 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하고 술도가에서 잔뼈가 굵은 지 30여년이 지난 베테랑. 그는 90년대 초 ‘더 좋은 술’ 만들기에 도전, 3년여 간의 시행 착오를 겪은 끝에 1995년 초 고급술 ‘화랑’을 내놓았다.

당시 화랑의 도수는 16도. 소비자들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 2년 뒤에는 14도로 낮췄고, 지금처럼 13도짜리 술을 낸 것은 2000년이다.

화랑은 경주시 시래동 경주법주 회사내 300여평의 도정·누룩 공장과 1,000여평의 발효·저장·포장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찹쌀~도정~밑술담금~덧술담금~숙성~압착~저장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다른 전통주와 다름이 없다.

다만 담금과정이 ‘4단계’로 각 단계별 발효 과정을 따로 둬 미생물의 활성을 돕고, 누룩을 만드는 과정에 다른 효소를 첨가하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자연발효하도록 최대한 배려하는 등 전통 기법에 충실하다.

화랑은 누룩내가 거의 나지 않는다. 곡물 원료 대비 누룩 사용 비율이 20% 정도만 해도 적게 쓰는 편이지만 화랑은 기능이 좋은 자연 발효된 누룩인 만큼 6.5%만 사용한다.

찹쌀은 최초 구입시 현미를 10%가량 도정한 것이나 이를 다시 10% 도정해 모두 20%의 도정 과정을 거친다. 쌀 안쪽에 많이 함유된 전분을 최대한 활용해 술의 향과 맛을 좋게 하기 위함이다.

밑술담금 기간이 15일, 4단계의 덧술담금 기간이 60일, 다섯번의 여과 과정과 숙성기간 75일을 포함해 150일 만에 화랑이 탄생한다.

발효와 숙성은 8~12도의 저온에서만 이뤄진다. 공장 내부로 들어가면 한 여름에도 약간의 쌀쌀함이 느껴질 정도다.

충분한 냉온설비가 갖춰진 만큼 사계절 발효가 가능하다. 가양주들이 만들 때마다 맛과 향이 들쭉날쭉한 것과 달리 화랑의 품질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화려하면서도 여성스러울 만큼 감미로운 맛과 향을 내는 화랑은 이처럼 엄선된 재료와 좋은 설비에다 술도가의 정성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만들어진다.

〈경주|백승목기자〉

- 대한민국 새신문!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