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정원’ 펴낸 오경아 씨

2008.07.11 18:05
윤민용 기자

“정원은 ‘순수한 기쁨’을 줍니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한때 정원사가 되려고 했었다. 정신적 긴장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적당한 피로를 주는 일을 소망했던 그는 실제로 정원사에 도전했다. 그러나 약한 시력과 허리 통증으로 3주 만에 포기하고 만다. 그렇지만 “소박하고 자연적인 삶의 방식”을 갈구했던 니체는 철학서 속에 종종 정원사의 비유를 사용했다.

[이사람]‘소박한 정원’ 펴낸 오경아 씨

방송작가로 16년 동안 활동하던 오경아씨(41)가 불현듯 가든 디자인을 배우겠다고 영국으로 건너간 배경도 니체와 같은 이유가 아니었을까. ‘소박한 정원-꿈꾸는 정원사의 사계’(디자인하우스)는 오씨가 3년간 영국에서 가든디자인을 배우고 체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한 식물 이야기다. 현재 두 딸과 영국 남부 에섹스주 리틀칼리지에서 유학 중인 오씨에게 e메일 인터뷰를 청했다.

오경아씨가 정원가꾸기에 취미를 붙인 것은 10여년 전. 방송원고를 쓰는 틈틈이 마당이 있는 집에서 나무와 꽃을 심고 가꾸며 여섯 해를 보내면서 정원이 선사하는 고요함과 평화로움에 푹빠져버렸다. 그가 공부하는 가든 디자인은 어떤 곳에 화단을 만들고, 어떤 구조물을 세우고, 어떤 꽃을 어떤 장소에 배치할 것인가 등을 계획하는 일. 작은 개인 정원뿐 아니라 공공 공간 및 대형 테마파크 등의 정원설계도 포함된다.

가든디자이너에게 식물학, 토양학 등 학문적 지식은 필수다. 공부를 하는 것이 수월치 않았지만 바쁜 가운데 짬을 내 런던에 있는 왕립식물원 큐가든에서 인턴을 하면서 정원사로, 가든 디자이너로 실무경험을 쌓기도 했다. 식물 이야기를 차분히 풀어낸 글 속에는 이런 경험들이 생동감있게 녹아 있다.

정원의 매력은 무엇일까. “식물과 부대끼며 많은 것을 배웁니다. 어느 시인의 문구처럼 한 송이 국화 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지 알게 되고, 흙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흙을 일구며 식물을 돌보며 ‘땀을 흘린다’는 의미가 뭔지도 알게 되고, 더불어 식물을 통해 곤충과 동물의 세계까지도 이해하게 되죠. 정원에서의 ‘순수한 기쁨’은 느껴보지 못한 분은 모르실 겁니다.”

오씨는 “바라보며 관조하는 동양의 정원과 달리 서양의 정원은 느끼고 체험하는 문화가 강하다”고 비교하면서, 척박한 한국의 정원문화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마당이 없다해도 가드닝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가까이 두고 볼 수 있는 베란다 정원이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베란다는 안과 밖의 완충공간인데, 유럽 어디에도 아파트 베란다를 확장해 거실로 쓰는 곳은 없어요. 베란다의 작은 공간에도 식물과 함께 하는 공간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요.”

내년에 학교 졸업후 석·박사학위 과정까지 마칠 예정이고, 앞으로 정원 디자인과 영국의 정원, 식물학적 분류가 명확치않은 식물이야기 등을 책으로 펴내고 싶다는 소망도 내비쳤다. “제가 배운 영국식 가든 디자인을 접목한 정원을 꾸며서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예정입니다. 그곳에 작은 스튜디오를 하나 만들어 가든 디자이너로 일하려고요. 아직은 수요가 그리 많지 않지만 소규모의 개인 정원에서 규모가 큰 공원까지도 능력껏 해보고 싶습니다.”

<윤민용기자 vist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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