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도프 뮤직 - 우리없이 한국 헤비메탈은 없다

2008.11.26 14:25
글 김학선 | 웹진 보다 편집장·진행 박준흠

성실함과 안목이라는 두 가지 덕목

할로우잰

할로우잰

150장. 한국에서 소진할 수 있는 헤비메탈 음반의 평균 판매량을 물었을 때 도프 뮤직의 김윤중 대표는 150장 정도라고 대답했다. 이 대답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한국에서 강성의 록과 헤비메탈, 통칭 헤비니스 음악이라 부르는 시장이 거의 전멸 상태인 것만은 분명하다. 도프 뮤직은 이런 한국의 열악한 헤비니스 음악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큰 족적을 남기고 있는 레이블이다. 김윤중 대표의 성실성과 좋은 밴드를 골라내는 탁월한 안목이 더해져 이루어진 결과이다. 한국 헤비니스 음악의 중심, 거기에 도프 뮤직이 있다.

제5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을 앞두고 가졌던 선정 회의에서 작은 이견이 있었다. ‘최우수 록’ 음반 후보에 오른 앨범들 가운데 도프 뮤직과 관련 있는 음반이 너무 많지 않냐는 문제 제기였다. 형평성 같은 것은 고려치 않고 오로지 음악적 성과만을 기준으로 한다는 원칙 때문에 이 문제 제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이는 현재 한국 록 음악 신에서 도프 뮤직의 위상을 말해주는 작은 에피소드였다. 이 에피소드가 말해주듯 현재 한국에서 강성의 록 음악과 헤비메탈 음악을 말할 때 도프 뮤직의 존재를 거론하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지난해 한 해만 하더라도 도프 뮤직에선 할로우 잰, 세임 올드 스토리, 마하트마 등의 앨범을 발매하며 헤비니스 음악 마니아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어떤 이에겐 평생의 명반이 될 수 있는 그런 앨범을 내고 싶다.”

[한국의 인디레이블](26) 도프 뮤직 - 우리없이 한국 헤비메탈은 없다

도프 뮤직은 2000년에 처음 다운헬의 보컬 마크 씨에 의해 창립되었으나, 이후 일을 도와주던 김윤중씨가 레이블을 인수하며 2000년대 중반부터 큰 성장을 이루었다. 처음엔 해외 뮤지션들의 라이선스 음반 작업에만 매진하였으나, 이후 국내 레이블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본격적으로 국내 뮤지션들의 앨범들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블랙 신드롬과 사혼의 앨범을 시작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스트라이커스, 세임 올드 스토리, 마하트마, 할로우 잰, 문샤인, 썩 스터프 등의 좋은 앨범들을 연이어 발표하며 한국 헤비니스 음악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였다. 현재는 스트라이커스의 2집과 럭스 3집 등의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도프 뮤직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김윤중 대표(사진)의 성실함과 밴드를 보는 탁월한 안목이 큰 역할을 하였다. “라이브를 하지 않는 밴드는 록 밴드로서 의미가 없다”는 생각으로 김윤중 대표는 좋은 밴드들을 발굴하기 위해 큰 페스티벌 무대건 작은 클럽 무대건 공연장을 직접 찾아 다닌다. 도프 뮤직과 계약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은 좋은 음악은 물론이고 라이브 활동 역시 꾸준하게 하는 것이다. 원래 라이브를 하지 않던 밴드였지만, 라이브 공연을 하는 조건으로 최근 도프 뮤직에서 3집 앨범을 발표한 문샤인은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현재 도프 뮤직은 일본과 유럽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꾀하고 있다. 장르적 특성에 맞게 펑크 밴드들은 일본에, 헤비메탈 밴드는 유럽에 집중하고 있다. 스트라이커스와 마하트마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고, 그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음반 시장의 몰락과 함께 온라인 음원 시대에 대비한 도프 뮤직의 새로운 활로이기도 하다. 김윤중 대표는 아직 CD라는 전통적인 음악 매체를 포기할 수 없다고 한다. 도프 뮤직의 이 시도가 성공을 거둔다면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는 주위 레이블들에게도 새로운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마하트마

마하트마

-레이블을 처음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사실 도프 뮤직은 내가 창립한 게 아니다. 원래는 2000년에 다운헬의 보컬로 활동 중이던 마크 씨가 처음 시작한 거였다. 음악을 하면서 함께 병행할 수 있는 일로 레이블을 선택한 거였고, 나는 처음에는 홍보 등을 도와주는 입장이었다. 그러다가 2002년에 경영상의 위기가 와서 그만두려는 순간이 있었는데 이대로 접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같이 한 번 해보자 해서 정식으로 운영에 참여하게 됐고, 이후에 마크 씨는 음악에 전념하기 위해 빠져 내가 운영을 전담하게 됐다.”

-어떤 레이블을 만들고 싶었나.

“록과 메탈 전문 레이블을 만들고 싶었다. 처음 외국의 뉴클리어 블래스트 같은 헤비메탈 레이블들을 모델로 삼아서 시작했다. 그리고 매니지먼트와 아티스트가 철저히 구분돼 각자의 업무에만 충실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고, 공연장 같은 곳에서도 팬들과 레이블이 직접 만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이런저런 외국의 좋은 시스템들을 도입하고자 했다.”

-주로 외국 음반들의 수입·라이선스 위주로 운영하다가 국내 뮤지션들의 앨범을 발매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바세린의 홍보와 유통을 맡아 일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해외 음반들과 달리 내가 노력하는 만큼 그 반응이 바로바로 와서 거기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 해외 쪽도 돈이 들어오니까 좋긴 한데 그래도 일의 보람이나 이런 것들은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리고 국내 레이블로서의 책임감이나 의무 같은 것들도 있었다.”

-도프 뮤직에서 아티스트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면.

스트라이커스

스트라이커스

“편협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일단은 내가 좋아야 한다. 그리고 아무리 음악이 마음에 든다고 해도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다 싶을 때는 절대 같이 하지 않는다.”

-도프 뮤직 사무실로도 데모 테이프가 굉장히 많이 올 것 같은데, 데모 테이프보다는 직접 공연장에서 밴드를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요즘 정말 마음에 드는 데모 테이프가 몇 개 있었는데 공연을 하지 않는 밴드라고 해서 계약을 하지 않았다.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하겠지만 라이브 공연을 하지 않는 록 밴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공연장에 가서 밴드들을 살펴본다. 일단은 음악을 잘 하고, 두 번째로는 라이브를 꾸준히 정기적으로 하는 팀들이 우리의 계약 대상이다.”

-음반 시장은 분명한 하향세다. 이제 온라인 음원 시대가 됐는데 도프 뮤직은 여기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CD가 이제는 무슨 부수적인 것처럼 돼버렸는데 우리는 다행히도 운이 좋게 해외 시장에서 재미를 좀 봤다. 바세린이나 칼파 등의 앨범을 해외에 판매하면서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봤고, 2006년에 스트라이커스 앨범을 일본에 정식 발매하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 레이블의 음악적 특성상 벨소리나 이런 온라인 시장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고, 대신에 새로운 판로를 찾았기 때문에 각 밴드의 장르에 맞춰 유럽과 일본 시장에 집중하려 하고 있다.”

-홍보나 마케팅은 어떻게 하고 있나.

럭스

럭스

“처음에는 방송국에도 많이 돌리고 했는데 더 이상 틀어주는 데도 없고 해서 이제는 방송국 심의도 받지 않고 있다. 방송국에서 하드코어나 헤비메탈 쪽은 이제 거의 전멸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까 홍보할 수 있는 곳이 제한될 수밖에 없어서 인터넷이라든지 공연장 중심의 현장 홍보 위주로 하고 있다.”

-이제 한국 헤비니스 계열의 음악을 얘기할 때 도프 뮤직을 빼고는 얘기가 되지 않을 만큼 한국 록·메탈의 대표 레이블로 성장했다. 그렇게 된 원동력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항상 음악을 듣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꾸준히 음악을 들으니까 좋은 음악을 발견하면 발매하고 싶고, 또 그런 좋은 음반을 발매해 성취감도 느끼고 싶고, 그렇게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고 생각한다.”

-도프 뮤직을 어떤 레이블로 만들고 싶나.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을 하진 못하지만 일부의 사람들이라도 그 사람들에겐 평생의 명반이 될 수 있는 그런 앨범을 몇 개쯤은 내는 그런 레이블이 되고 싶다.”

도프뮤직 국내 발매작

블랙 신드롬(Black Syndrome)

[한국의 인디레이블](26) 도프 뮤직 - 우리없이 한국 헤비메탈은 없다

[Official Bootleg](2003) ‘공식적인 부틀렉’이란 타이틀처럼 라이브곡과 미발표곡, 데모곡들을 담고 있다.

사혼

[Kii... But...](2003)

[The Feeble Mourning](2005)

프리 마켓(Free Market)

[난장] (2003)

[Volume Up!!] (2006)

레이지본(Lazybone)

[Leave Behind Emotion] (2006)

썩 스터프(Suck Stuff)

[한국의 인디레이블](26) 도프 뮤직 - 우리없이 한국 헤비메탈은 없다

[Rough Times Ahead](2007)

[New Classic](2008) 최근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스트리트 펑크 밴드로 3집 앨범에는 익스트림, 마이티 마이티 보스톤스 등과 함께 작업했던 톰 왈츠가 마스터링에 참여했다.

문샤인(Moonshine)

[Songs Of Requiem] (2005)

[Eternal](2008) 심포닉 블랙 메탈 밴드로 이번 앨범에선 고딕적인 요소를 많이 차용하였다. 지금까지는 스튜디오 뮤지션이었지만 앞으론 라이브 공연 활동도 계획되어 있다.

세임 올드 스토리(Same Old Story)

[한국의 인디레이블](26) 도프 뮤직 - 우리없이 한국 헤비메탈은 없다

[Same Old Story](2006) 이모코어 밴드로 정식 데뷔 이전에 발표했던 데모로 큰 인기를 얻었다. 데모를 바탕으로 정식 앨범을 제작하였으며, 클럽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토미 6(Tommy 6)

[Worst Of My Life] (2005)

마하트마(Mahatma)

[The Endless Struggle Against Time](2005) 대전 출신의 스래쉬 메탈 밴드. 1980년대의 정통 스래쉬 사운드를 추구한다.

[Perseverance](2007) 2집 앨범. 일본과 유럽에서도 발매돼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할로우 잰(Hollow Jan)

[Rough Draft in Progress](2006) 스크리모 밴드. 제5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록 앨범 상을 수상했다. 일본에도 앨범이 발매됐다.

스트라이커스(The Strikers)

[한국의 인디레이블](26) 도프 뮤직 - 우리없이 한국 헤비메탈은 없다

[Untouchable Territories](2006) 대중친화적인 멜로디를 강점으로 하는 멜로 펑크 밴드. 일본에서도 앨범이 발매돼 상당한 판매량을 기록하였다. 앞으로도 일본 시장을 위주로 활동할 계획이다.

[Nothing N‘ Everything] (2007)

[Hold My Hand](2008)

샤만(Shaman)

[Regret Your Conviction] (2006)

데스페라도(Desperado)

[44 Minutes Left Before Smelling Like A Disgusting Person]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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