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용눈이오름

2008.12.01 18:00
시인

[조은의 길]제주 용눈이오름

오름에서 태어나서 오름으로 돌아간다고 할 만큼 오름과 정신적으로 맞닿아 있는 제주의 모든 오름 정상에는 반드시 한두 개의 무덤이 있다. 왜 굳이 그곳에다 무덤을 쓰는지는 알 수 없으나, 죽음을 삶의 완결로 여기는 자들의 의식 한 자락만은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왜 무덤이 철학적 사유를 이끌어내는지도….

움푹 파인 부분이 용의 눈과 닮았다 하여 이름을 얻게 된 용눈이오름. 세 개의 분화구가 있는 용눈이오름 정상에 앉아 가장 크다는 다랑쉬오름을 비질하며 가는 구름을 보고 있자니 일 년에 두세 번쯤은 제주도로 오고 싶다는 호사로운 욕심이 생긴다. 우리나라에 제주도가 없으면 존재감이 훨씬 줄어들 거라는 식의 말을 가끔 하곤 했는데, 이렇게 오기가 쉽지는 않았다.

저만치 보이는 성산 앞바다가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모든 존재가 반짝인다. 억새에 뒤덮여 은빛으로 반짝이는 발 아래 들판과 신이 인간에게 들려주는 언어의 돋을새김처럼 신비한 수많은 오름들…. 비로소 일상이라는 쳇바퀴를 도느라 흐릿해진 눈도 정신도 햇빛 아래서 빛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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